◎서양화·조소·동양화…/현실·실험성·수묵전통…/“지향점은 제각각이어도 그 다름이 사실은 한뿌리”스무살에 셋은 대학에서 만났고, 20년이 지난 지금 셋은 한자리에서 전시를 갖는다.
서울대 미대 76학번 동창인 최진욱(41·추계예술대 서양화과 조교수), 조덕현(40·이화여대 조소과 조교수), 이종목(40·이화여대 동양화과 조교수).
전공도 다르고, 지향도 다르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지켜온 이들 세사람이 대학 입학 후 만 20년이 흐른 것을 기념해 4월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로갤러리(02―3444―6995)에서 초대전 「이십년 후」전을 갖는다. 이 화랑의 개관기념전이다. 각기 대형작품 두어점에 10호 내외로 크기를 맞춘 소품 댓점씩 7점 내외의 작품들을 걸 생각이다.
입학 직후 새내기 때부터 「작품이 좋아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본 세사람은 이후로도 그저 가끔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술한잔 마시는 것으로 정을 쌓아왔다. 그렇다고 셋이 「죽자 살자」며 우정을 과시하는 사이는 아니다. 둘이면 둘, 셋이면 셋, 그저 그렇게 어울려온 20년이었다.
전공이 다르기도 했지만 최진욱씨의 경우 젊어서 현실발언에 관심을 보였고, 이종목씨는 수묵이라는 전통의 주제로 작업을 해온 반면, 조덕현씨는 실험성이 강한 설치쪽으로 방향을 잡고 활동을 펴온 터라 「지향」이라는 측면에서도 서로가 딱히 뜻을 맞출만한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얼핏 세사람의 합동전시는 좀 아귀가 맞지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사람의 인원구성은 퍽이나 잘 어울려 보인다. 그 이유를 조덕현씨는 『처음부터 뭉쳐있었으면 이때쯤 갈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다름」이 실은 한 뿌리에서 비롯됐으며, 어쩌면 같은 열매를 염두에 두고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뿌리를 생각케 하는 유행을 타지않는 진득한 설치작업(조덕현), 다양한 재료의 유혹을 거부하고 오직 캔버스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최진욱), 절제와 기다림의 미학으로 현대적 산수를 개척하는 작업(이종목)은 어느새 서로를 인정하고, 강하게 흡입하게 된 것인 지도 모른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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