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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대출 직권남용·업무상배임죄 검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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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대출 직권남용·업무상배임죄 검토 논란

입력
1997.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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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정책조정·신용대출 처벌한다면 누가 일하겠나”/경제부처·금융권 반발… 일손놓고 눈치만공무원이 직무상 행한 「선의의 정책조정」도 사법처리의 대상인가. 검찰이 한보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청와대경제수석의 정책조정행위를 직권남용죄로 사법조치하려 하자 청와대는 물론 재정경제원 등 과천경제부처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원들도 검찰이 관련은행장을 업무상배임죄로 사법처리 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손을 놓은채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경제수석실과 재경원 등 경제부처 공직자들은 검찰이 선의의 행정조정업무에까지 손을 댈 경우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혹시 접시를 깨뜨리지 않을까 접시 닦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격이다.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방관서까지 공직자들은 벌써 땅에 엎드려 있는 복지부동, 땅에 바짝 엎드려 눈치만 보는 복지안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행정부의 정책조정업무가 실패했다 하여 담당공직자를 직권남용죄로 사법처리할 경우 어느 공직자도 소신있는 업무추진이 불가능,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보사태 초기에는 국가기간산업인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더니 이제와서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니 갈피를 못잡겠다』며 『행정공무원에게 정책조정업무를 못하게 하면 행정공백현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경제원 고위간부도 『인허가나 부도처리 등에 관한 정책적 판단을 놓고 책임소재를 따질 경우 누가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하겠느냐』며 『법과 규정만을 내세워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처 관리들은 복지부동을 문제삼던 94년 감사원의 방침을 상기시키며 결과적으로 검찰 재수사가 복지부동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사정한파에 공직자들이 움츠러들자 경제장관회의 석상에서 『소신껏 일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감사원도 『결과보다 추진과정에 감사의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자를 최대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검찰이 결과가 잘못됐다고 하여 그 일을 잘 처리하려 한 공직자를 사법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원 금융정책실 관계자는 『만약 삼성 현대 LG 대우같이 큰 그룹들이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하여 부도를 내더라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어야 하느냐』며 『한보부도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행정부의 정책조정행위와 정태수 총회장의 범죄행위는 별개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계도 검찰이 담보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은행장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 적용을 검토하자 신용대출의 확대를 권장하는 정부의 기본시책에도 배치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간부는 『담보부족에 따른 은행손실을 이유로 관련 은행장 등을 처벌하면 은행의 대출심사가 담보위주로 흐르게 돼 모든 금융기관이 전당포로 변하고 말 것』이라며 『신용대출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정희경 기자>

◎검찰 입장/“국가경제·은행 심각한 위기상황 야기/사법처리 안할 경우 국민법 감정 위배”

검찰이 한보대출 책임자인 은행관계자들에게 업무상 배임죄, 대출을 지시한 한이헌·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 경제관료들에게 직권남용죄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국가경제와 은행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고간 이들에게 금품수수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다. 은행장들에 대해선 ▲사업계획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담보확보가 없었고 ▲한보측의 부동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이행되지 않았으며 ▲금융비용 부담과다 등으로 결손확대가 불가피한데도 계속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전수석 등에 대해선 「정책적 판단」보다는 홍인길 전 총무수석의 부탁 등 「정책외적」인 청탁과정을 중시한다.

검찰은 법률검토팀을 별도로 구성,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판례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실제 사법처리할 지 여부는 유동적이다. 법률적 난제가 많고 경제계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무상 배임은 행장들이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은행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다는 「고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 직권남용죄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협박에 준하는 정도의 압력을 넣어 「의무없는 일」을 지시한 사실이 입증될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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