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재기 미련 “훗날 히든카드 활용” 분석/돈 사용처 발설 등 홍인길씨 진술도 큰 관심한보재수사로 수사가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열리는 한보사건 2차공판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폭탄발언」이 있을까. 2차공판은 검찰이 정피고인 일가의 전재산을 압류조치하고 3남 정보근 회장을 구속한뒤 열리는 것이어서 정피고인의 태도가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법정진술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풍토를 없애겠다는 강경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점이 정피고인의 심기를 자극, 검찰과 정치권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정태수 리스트」를 폭로하는 돌발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검찰은 정피고인의 폭로전에 대비, 한보재수사를 통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과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들을 중심으로 별도 기록을 작성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박상길 중수1과장을 중심으로 휴일인 30일 대검 15층 회의실에 모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재판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정피고인이 이날 법정에서 폭탄발언을 할 여지는 적다는 게 중론이다. 29일 상오 정총회장을 접견한 변호인단은 모처에서 향후대책과 심문사항을 정리하고 일단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해선 심문연기를 신청하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검찰 재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추가기소가 이뤄질 부분은 나중에 심문할 예정』이라고 말해 정피고인의 폭로성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게다가 정피고인이 아직도 재기의 미련을 못 버리고 있어 「폭탄발언」을 「히든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돼 2차례 구속됐으나 그 때마다 재기에 성공했던 정피고인이 이번에도 쉽게 자포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이날 재판이 변호인 반대심문에 이어 검찰과 변호인단이 증인신청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정피고인의 법정폭로 가능성은 더욱 적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피고인이 법정에서 비록 정면대응은 아닐지라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첫 공판에서 「깃털론」을 전면 부인했던 홍인길(신한국당 의원) 피고인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홍피고인은 최근 변호인 접견에서 로비자금으로 받은 돈의 사용처를 말하는 등 조금씩 입을 열고 있다. 이미 첫 공판의 검찰 직접심문과정에서 한이헌·이석채 두 전직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출외압사실을 진술한 바 있어 검찰의 재수사와 맞물려 홍피고인의 진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은행장들과 정재철 신한국당 의원, 김우석 전 내무장관 등은 참회하는 뜻과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공적 등 정상을 부각시킨다는 것이 변호인들의 전략이다. 그러나 은행장들의 경우 재수사와 여론을 의식, 외압의 실체를 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증인신청이 있을 예정이어서 과연 어떤 증인들이 3차 공판에 나오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재판부는 증인들 상당수가 한보 국정조사 특위 증인과 겹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판이 우선하기 때문에 증인채택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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