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읽어도 전화 못해/입시위주 탈피 ‘산 영어’를우리나라 영어교육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토플(TOEFL)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이 95년 7월부터 96년 6월까지 시험을 치른 153개국 73만여명의 성적을 분석(본보 29일자 31면 보도),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시자는 듣기평가에서 50점을 획득, 토플시험제도를 도입한 아시아 25개국중 북한 일본 마카오 미얀마와 함께 공동 19위로 측정됐다.
5개국이 공동 19위이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25개국중 23위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는 단순히 ▲듣기 ▲문법 ▲독해 등 토플시험 3개 영역중 한 영역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람의 언어능력 발달과정이 듣기부터 시작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 유아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처럼 말을 알아들어야 할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어야 「살아있는」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교육 관계자들은 미국교육평가원의 발표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내 토플시험을 대행하는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한미교육위원단 토플사무국」관계자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시아권 국가에는 싱가포르 필리핀같은 영어권 국가들이 있어 이들 국가보다 성적이 뒤처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응시자들의 토플종합성적은 84∼85년 506점, 94∼95년 509점, 95∼96년 518점으로 꾸준히 향상된 것은 사실. 이번 3개 부문 종합평가에서는 11위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리보다 늦게 영어교육을 시작한 중국이 종합성적 556점(6위)으로 우리보다 성적이 더 좋고,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의 듣기점수가 우리와 같다.
우리나라의 현행 영어교육은 사전없이 「타임(TIME)」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외국인과 전화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문법은 52점으로 8위, 독해는 5위라는 측정결과가 「죽어있는 영어교육」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말하기·듣기」위주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고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대 김진완(영어교육) 교수는 『독해·문법에 치중하는 대학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초·중·고교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영어교육 과정과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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