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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다는 사람 “도 넘은 사치”/양복한벌 12,0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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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다는 사람 “도 넘은 사치”/양복한벌 12,000,000원

입력
1997.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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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허리띠 졸라매는데…”연쇄부도와 극심한 불황으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벌에 1천만원이 넘는 양복을 맞춰 입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들은 어려운 경제현실은 외면한 채 위화감만 조성하는 사치행각에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 P호텔의 P양복점에서는 올해초 부산에 사는 60대의 한 남자고객이 희귀한 「비큐나」소재로 1천2백만원짜리 싱글 정장을 맞춰 입었다. 양복점직원 조모씨는 『값은 비싸지만 세계 최고의 원단이라서 문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비큐나는 남미 안데스산지에 사는 낙타과의 동물로 옷 한 벌분 원단값만 1천만원을 호가한다. 코트 한 벌분의 원단을 얻으려면 20여 마리의 털을 깎아야 할 정도로 희귀한데다 촉감과 통풍기능이 우수해 유럽의 부자들이 주로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중반부터 이탈리아 유명 섬유회사의 지사인 R사가 수입, 유명호텔이나 소공동의 고급 양복점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양복점들은 고가품 선호경향에 편승해 앞으로 비큐나시장의 전망이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명호텔 양복점에는 비큐나양복을 맞춰 입으려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30, 40대 연령층이다.

결혼예복용으로 찾는 20대도 있을 정도다. 서울 도심 S호텔의 T양복점은 지난 겨울 결혼을 앞둔 20대 남자가 비큐나양복을 맞출 수 있는지를 문의해 와 샘플을 갖다 놓았다. 양복점측은 『그 뒤 연락을 했더니 「신부측과 합의가 안돼 다음에 맞춰 입겠다」고 말했다』며 『안감과 부속품도 최고급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한 벌에 2천만원은 든다』고 말했다. 양복점가에서는 한 교육계인사가 지난해 선물받은 비큐나원단을 어느 양복점에 갖고 올지가 관심사이다.

그러나 비큐나원단은 실이 가늘어 잘 구겨지고 찢어질 위험이 있는데다 몸에 감기는 정도가 심해 실용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의 박찬성 사무총장은 『졸부들의 사치행각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건전사회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자금출처 및 세무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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