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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압류와 한보수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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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압류와 한보수사(사설)

입력
199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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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일가의 전재산을 압류하고 아들인 정보근 회장을 횡령혐의로 구속함으로써 검찰의 한보사건 재수사에 탄력이 붙은 것같다. 두 조치는 늦긴 했어도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진작 그랬다면 수사는 지금보다 휠씬 진척됐을 것이고 수사중 책임자가 바뀌고 같은 사건을 두번 수사하는 등의 일도 없었을 것이다.심재륜 대검중수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망하지 않는다는 구악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로 정씨일가 재산압류 조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씨가 세번이나 감옥에 갔다와서도 재기해 온 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것은 재산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라는 한 택시운전사의 말을 듣고 지난번 수사가 국민감정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정씨 일가의 재산은 3,000억원이 채 못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시중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5조원의 대출금중 1조원 정도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국정조사위 야당의원들의 추궁도 있었다.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빼돌렸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정씨의 재산 분산은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정씨는 세살짜리 손자 이름으로 12억원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고, 조카사위와 7촌조카들 이름으로도 엄청난 액수의 예금잔고가 있음이 드러났다. 검찰이 밝혀낸 재산중 131필지 67억원 상당의 부동산은 담보도 잡히지 않은 숨겨둔 재산이다. 28일 구속된 정회장은 은행 대출금으로 272억원 어치의 전환사채를 구입했으며, 개인세금을 내는데도 회사돈 32억원을 썼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과 함께 국세청도 나서 갖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엄정한 추적을 해야할 것이다.

정씨 자신도 구속되기 전 『회사와 내 재산을 처분하면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고 말한바 있다. 은행돈을 마음대로 끌어다 뇌물주고 기업풍토는 물론 온 나라의 질서를 흔들어 놓고 여기에 재산 빼돌리기에까지 나섰다면 중수부장의 말처럼 구악을 근절한다는 차원에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검찰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의미하는 바 크다고 해석하고 싶다. 정씨 부자와는 물론 권력층이나 정·관계 어느 누구와도 타협할 필요가 없어졌고,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정면돌파의 시그널로 보고 싶다. 이른바 「몸체」를 밝혀내는 일에서 「정태수 리스트」까지 남은 의혹들을 파헤쳐 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정보근―정·관계」 커넥션의 실체 규명이 급선무다. 그가 청와대 등 고위인사와 자주 접촉한 일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검찰도 『앞으로 엄정한 수사를 통해 모든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씨 일가의 전재산을 압류했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이번만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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