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여가생활·개성발휘 매력/무려 3,000만명이 재봉틀 사용내핍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내손으로 옷만들기가 최근 미국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창조적인 여가생활로 각광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여성 중 무려 3,000만명이 재봉틀을 사용해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이 중에는 톱모델 로렌 허튼, 뉴스앵커인 마리 앨리스 윌리암스와 데보라 노빌 등 유명인사들도 들어있다. 10년전만해도 통용되던 「부자는 사입고 가난뱅이는 지어입는다」는 말은 이제 폐기처분돼야할 상태. 직접 만들어 입는 여성들 대부분은 대학교육을 받은 24∼54세 중류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소비경향 분석가 페이스 팝콘은 여성들이 옷만들기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를 「내손으로 만들기(Do It Yourself)가 주는 창조의 기쁨」인 것으로 분석했다. 여권주의가 팽창하면서 직장을 찾아 나섰던 여성들이 기계적인 작업에 염증을 느끼면서 반대급부로 어머니 세대들이 집에서 하던 옷만들기를 낭만적이고 가치있는 활동으로 재평가하기 시작, 재봉틀을 다시 잡게됐다는 분석이다. 기성복과 달리 원하는 색상, 디자인, 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독특한 개성을 뽐낼 수 있다는 것도 옷만들기가 부상하는 큰 이유다. 여기에 컴퓨터로 작동하는 고성능 재봉틀의 등장은 초보자라도 패턴(옷본)만 있으면 손쉽게 옷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또한 지어입는 것이 아무래도 사입는 것보다 경제적이기도 하다.
바느질하는 여성이 늘면서 재봉틀 관련 산업도 성장세를 지속, 92년 51억달러(4조5,900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이 매년 3∼5% 신장세를 보인다. 캘빈 클라인, 클로드 몽타나, 아나 수이, 아이작 미즈라히, 오스카 드 라 렌타, 칼 라거펠트 등 유명디자이너들은 컬렉션 뒤 6개월이 지나면 벌써 자신들의 디자인 패턴을 시장에 내놓는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재봉센터는 이 패턴들을 소비자들의 몸 치수에 맞게 고쳐주는 서비스로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옷만들기 선풍을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표현하는 「에고노믹스(Egonomics)」현상의 하나』라고 진단하는 페이스 팝콘은 이것이 90년대 후반 가장 획기적인 미국인의 생활양식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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