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페미니즘 비판했을뿐…”/조선여인통해 현대여성의 덕목 제시/“아이·가문·남편이 굴레만은 아니다”소설가 이문열(49)씨가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용기있게 담은 장편소설 「선택」을 민음사에서 냈다. 5년만의 신작으로 300여년전 조선 선조와 숙종시대의 정부인 장씨를 화자로 내세워 오늘날 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장씨의 생애를 따라 4부로 구성된 소설에서 작가는 장씨의 입을 빌려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공박한다. 화자는 현대의 여성 4대 즉, 「세상의 슬픈 딸들에게」 「세상의 고달픈 아내들에게」 「혼란에 빠진 시대의 어머니들에게」 「사라진 큰 어머니(할머니)들에게」 그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요즘 보편화한 「여성의 자기성취」란 말 자체에 대해 장씨의 입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여성의 자기성취」란 말과 거기 따른 논의처럼 애매하고 수상쩍은 것도 없다. 자기성취의 내용을 그 가치가 사회적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업적으로 한정짓는다면 남성에게도 자기 성취는 흔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자기 성취를 못한 것이 불행이라면 그것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 특히 자기 성취를 위해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 단호하다.
<오직 자신의 혈통 계승을 위해 출산을 강요하던 전시대 남성들의 독선적인 논리와 다름없는 맞은 편의 극단을 본다> 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세상의 바탕을 이룩하는 일이 되고 그 한가지만으로도 출산의 가치를 부인하는 천만가지 교묘한 논리를 대적할 수 있다> 고 적고 있다. 작가는 또 장씨의 일곱 아들의 삶을 통해 태교와 자식교육의 근본적인 길을 예시하고 있다. 아이를> 오직>
가문, 남편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세운다. 그는 예전에 여성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가문은 자아 확대의 기회이며, 남편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는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저명한 남성 작가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과 비판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가늠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씨는 『작품의 각 부 앞머리에 페미니즘을 비판했다. 그러나 선입견 없이 읽어보면 거기서 비판되고 있는 것은 저속하게 이해되고 천박하게 추구되는 페미니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추구되는 페미니즘에 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 페미니즘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것이 지나쳤을 때뿐이다. 한쪽으로 기운 배를 바로 세우는 것은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지 모든 짐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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