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난다고 다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위적인 기교와 장치없이 자연스러운 맛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춤은, 춤의 겉모습에 취한 나머지 그 춤의 뒤안길에 쌓인 역사를 놓치게 된다. 보기에 자연스러우니 그저 즉흥적인 몸동작이려니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춤이든 글이든, 심지어 칼이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낳는 것은 오랜 훈련의 덕이다.「춤추기」를 위한 훈련의 기본을 「줄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줄서기는 지겹고 아름답지도 못하다. 그러나 줄서기 과정을 제대로 겪어내지 못한다면 춤추기의 아름다움도 얻을 수 없다. 철학함의 정신을 일러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듯이, 어느 분야든 전문성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얻는 길은 닦고 또 닦는 일 뿐이다.
일본의 검술가 미야모토 무사시(궁본무장)는 평생의 절차탁마로 얻은 병법의 요체를 「오륜서」라는 책으로 남기고 있다. 그는 천일을 하루처럼 닦는 것이 단이요 만일을 하루처럼 닦는 것이 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모든 멋진 비상을 위해서는 구름판의 주름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창공을 멋있게 유영하는 스카이다이버의 춤추기 뒤에는 지상을 기면서 훈련을 견딘 줄서기의 세월이 있었고, 대오통각으로 자유로운 선사들의 움직임 뒤에는 일좌의 길고 긴 밤낮이 자리하고 있는 법이다. 무릇, 아름다운 춤추기를 희구하는 정신이라면 마땅히 줄서기에 게으름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급속한, 그러므로 졸속한 근대화 병증에 시달리는 우리는 제대로 줄서기도 전에 섣부른 춤추기에 바쁘다. 졸속! 그것은 우리 시대의 암이다. 암이 자각증세가 늦듯이 졸속의 증세도 심각한 후유증이 있은 다음에야 포착된다.
배우는 자들이여(배우지 않는 자가 어디 있는가?), 급속한, 그러므로 졸속한 날개짓을 삼가라. 조급한 날개짓으로 추락사하기 전에 어디 날개의 싹이라도 돋아나왔는지 겨드랑이부터 점검할 일이다. 지계에 깊은 뜻이 있다고 하는 것은 다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고된 밤의 끝에야 미명은 감미롭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비로소 첫 장의 뜻을 깨닫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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