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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삼미 도산에 금융시장 타격(외신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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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삼미 도산에 금융시장 타격(외신에 비친 한국)

입력
199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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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Far Eastern Economic Review 3월27일자한국과 같은 공업국에게 거대 철강업체의 도산은 걱정거리다. 같은 업종의 대기업이 둘이나 쓰러질 땐 경보를 발할 때가 온 것이다. 1월 한보철강이 도산한데 이어 최근 재벌순위 26위의 주력기업 삼미철강이 125만달러 상당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돌이켜보면 이들의 운명이 뜻밖은 아니다. 두 회사는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너무 급하게 사업을 확장, 파멸을 자초했다. 문제는 이 두 업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재벌들은 오래 전부터 질보다는 규모, 전문성보다는 사업확장에 주력해왔다. 상위그룹의 재벌들은 자동차에서 가전제품, 컴퓨터 칩에서 선박할 것 없이 안만드는 게 없다.

앞으로 도산업체들이 줄을 이을 것인가? 가능성만으로도 큰 파장을 암시한다. 삼미 도산은 한보사태에서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금융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금융기관들은 연쇄부도를 우려해 추가대출을 유보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정부가 언제까지 방관하다가 개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강경식 재경원장관은 『경영난에 처한 어떤 업체도 정부가 구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은 진심인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 정부는 한보사건에 몰려있어 구제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0년동안 재벌이 경영난에 빠지면 정부가 항상 구제해준다는 인식이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특히 규제가 심한 금융계여서 정부개입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없다. 실은 한보와 삼미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7개 은행에 한국은행이 긴급 대출을 해주고 있다. 한국정부의 구제기피정책은 현경제난국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해 자기방어를 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도이체 몰간 그렌펠의 유진윤 한국지사장은 『그러나 정부는 계속 개입해야 한다. 모든 체제가 그런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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