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3년만에 산문집 출간<스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창 밖으로는 새소리가 들리고 온통 초록빛인 젖은 나무들 사이로 환히 웃고있는 붉은 석류꽃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시는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스님,>
시인인 이해인(52·세례명 이 클라우디아) 수녀가 최근 펴낸 글모음집 「사랑할 땐 별이 되고」(샘터간) 중 법정 스님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종교의 벽을 뛰어 넘은 스님과 수녀간의 아름다운 사귐이 각박한 세상의 속인들에게 포근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사랑할 땐…」은 이수녀가 94년 「꽃삽」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산문집으로 친구와 지인에게 보낸 편지, 기도문,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담고 있다.
<큰 수술 뒤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환자가 회복실에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새삼 감격스러워 하듯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날들이 나에겐 새날이요, 보물로 꿰어야 할 새 시간이요,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임을 잊지말자> 지천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소녀같은 그의 사랑과 환희와 희망이 넘치는 삶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도시인들이 잊고 지내는 바다, 파란 하늘, 풀, 꽃, 흙의 향기도 가득하다. 큰>
『밤하늘의 별들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살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빛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이수녀는 현재 부산 광안리의 성 베네딕도 수녀회 소속으로 있다. 3월 한달은 경기 곤지암 장애인재활원에서 장애인들을 보살피고 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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