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폭탄(Request Bomb)이란 1920년대 서구에서 도시인들의 집단민원을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집단이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추구하는 뜻이 강해 「님비」와는 달리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얼마전 중국의 전인대가 쓰촨(사천)성의 충칭(중경)시를 정부직할시로 승격한 후 주민들의 「요구폭탄」이 거세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치수도 베이징(북경) 금융중심지 상하이(상해) 무역항 톈진(천진)에 이어 4번째의 직할시가 된 충칭은 3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장제스(장개석) 국민당정부의 전시수도였을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이곳에 옮겨져 항일투쟁의 거점이 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번 승격은 94년에 착공해 2009년의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산샤(산협)댐 공사 때문이었다. 120여개 마을이 수몰되는데다 수백만명의 이주민이 발생하고, 교통 통신 등의 연계망도 새로 형성되어야 하는데서였다. 그 결과 충칭시는 인구 3,200만명에 면적은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과 비슷한 8만2,000㎢가 되었으니 규모면에선 단연 세계최대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거세어지고 있다는 주민들의 요구폭탄은 그러나 직할시승격에 따른 새도시 건설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쓰촨성이 정성들여 온 20여종의 물고기와 산짐승, 삼국지의 유적 등 60여개소의 환경자원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다. 주민들은 학교, 병원, 문화시설에 앞서 이들 환경자원보호를 전제로 하고 있어 공사현장에 진출한 외국인들까지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산업화 이후 전국해안의 40%가 원형을 잃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하천의 90%가 오염으로 폐천의 위기에 있는가 하면 희귀동물의 씨가 마르고 있고 개발지주변의 유적지들마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충칭시는 우리의 건국역사와 함께 환경지키기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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