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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중 출신 세계적 인권운동가 해리 우씨(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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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중 출신 세계적 인권운동가 해리 우씨(한국인터뷰)

입력
1997.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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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이후 중 인권상황 진전 없을 것”/정치범수용소 공장 등 위장 실상파악 힘들어/봉건·공산주의만 경험 중인들 인권자각 필요/한국 자본주의바탕 경제발전에 인권 큰 신장중국출신의 세계적 인권 운동가인 해리 우(60·중국명 오홍달)씨가 27일 부인 창리 우 여사와 함께 서울에 왔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초청에 따른 방한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최초의 서울 방문이다. 중국은 물론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아온 우씨는 31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기자회견과 공개강연회 등에 참석한다. 관계당국은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 와중에서 이루어지는 우씨의 서울 방문이라서 그의 신변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편집자 주>

□대담=이상석 국제부 차장

―중국내 라오가이(노개·노동개조 수용소)란 무엇이며 그 실태는 어떠한지요.

『라오가이는 말그대로 「노동을 통해 정신을 개조」한다는 뜻입니다. 히틀러, 스탈린 모두 집단 정치범 수용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캄보디아도 「킬링 필드」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북한도 정치범 수용소를 갖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은 이같은 전제주의 제도를 통해 공산통치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억압해왔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문화, 경제발전을 언급하던 지난 15년동안에도 중국에는 소련식 정치범 수용소인 라오가이가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의 집단학살은 얘기하면서도 중국학 교수들 조차 라오가이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덩샤오핑(등소평) 사망이후 장쩌민(강택민) 체제하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이 나아지리라고 전망하십니까.

『등 이전과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최근 2년동안 강주석, 리펑(이붕) 총리, 차오스(교석)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3인 집단체제가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1921년 중국에 공산주의가 들어온 이후 중국은 사실상 최근까지 집단체제를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권력투쟁이 진행돼왔으며 서로 상대방을 죽였습니다. 실질적인 1인자가 남을때까지 「개가 개를 물어뜯는」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7월1일로 예정된 홍콩의 중국반환 이후 홍콩의 인권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말씀해주십시오.

『홍콩의 600만 인구 가운데 대다수가 중국인 입니다. 왜 중국말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홍콩이 아시아 금융센터로 번영 했을까요. 영국의 지배하에서 자유를 누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이양 이후에도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고 누가 보장합니까. 외국 투자자들도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 뿐일 것입니다』

―95년 중국에서 체포된뒤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라 방면됐는데, 왜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에 갔습니까.

『나는 85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뒤 「나는 이제 자유롭다」라고 외쳤습니다. 고통스런 과거를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진실을 얘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95년 나는 미국여권과 중국비자를 소지하고 신장(신강), 칭하이(청해) 등을 돌아볼 생각으로 신장에 들어갔다가 체포됐습니다』

―현 상황에서 중국정부에게 인권을 촉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외부적 압력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내부의 압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설사 중국인들이 깨어나 자신의 인권을 위해 싸운다해도 역효과를 불러 올 수가 있습니다. 이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중국정부는 이제껏 인권을 인권자체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인권이 밥을 먹여줬는가. 공산당정부가 밥을 먹여줬다」고 떠들면 인권의 본래 의미는 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빌 클린턴 미국 정부는 최혜국대우(MFN)의 갱신을 중국의 인권상황과 연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유화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 행정부의 정책은 잘못된 가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민주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것이죠. 이같은 예로 흔히 한국과 대만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는 2가지 모순이 발견됩니다. 첫째, 경제성장이 민주화를 촉진시킨다면 미국은 왜 쿠바, 북한, 남아공 등에 대해서는 경제 제재조치를 취했겠습니까. 둘째, 경제성장을 이룬다고 해서 전체주의가 민주체제로 변한다는 가정도 현실적으로는 반드시 사실이 아닙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를 보면 경제적인 번영이 곧바로 민주화를 가져온게 아니쟎습니까』

―라오가이재단이 북한이나 기타 국가들에 대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까.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지지국입니다. 아직까지도 스탈린식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가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라오가이 재단은 반드시 중국과 최대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난 2년동안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목격담을 들어왔습니다』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라오가이가 있습니까.

『수도 없이 많습니다. 대다수의 라오가이가 신발공장, 유리공장 등으로 위장하고 있기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많은 비정부기구를 통해 현재까지 파악된 라오가이는 1,164개에 달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600만∼800만명에 가까운 정치범들이 라오가이에 수용돼 있으며 이들은 강제노역과 장기매매를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94년에만 1만여건의 장기 비밀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중국의 한 수용소에서는 콩팥 1개를 2만6,000달러에 태국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막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인권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문제가 됩니다. 미국에서도 30여년전에는 흑백문제가 커다란 인권문제로 부각됐었습니다. 지금은 동성애자, 인공유산반대자들의 인권이 문제가 되고 있죠. 이렇듯 인권은 시간, 장소, 국가에 따라 제각기 다르며 내용 또한 상이합니다. 사회발전에 따라 개념도 달라집니다. 한국의 경우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언론의 자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의 인권을 중국과 비교해서는 곤란합니다.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거부합니다. 사유재산제도는 프라이버시에 기초를 두고 있고 프라이버시는 인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인 한국에서의 경제발전은 사유화를 인정했기 때문에 민주화와 인권신장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발전과 함께 중산층과 지식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여 인권신장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중국내 노동수용소와 그곳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혹독한 수용소생활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일 것입니다. 사형수들의 장기를 적출해 이를 외국에 수출하는 중국정부의 악랄한 정책에 대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무고한 죄수들이 만든 수출품에 대해 서방측이 수입을 금지하자는 운동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정리=윤태형 기자>

□약력

▲1937년 중국 상하이(상해) 출생 ▲60년 베이징(북경) 지질대 재학시절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비난한 죄목으로 투옥 ▲79년 석방 ▲80년 베이징 지질대 교수 ▲85년 캘리포니아 교환교수 ▲91년 헝가리 자유운동가 연합상 수상 ▲95년 6월 중국에서 간첩혐의로 체포 ▲95년 8월, 15년 징역형 선고받은뒤 추방 ▲95년 10월 국제변호사협회 인권운동가상 수상 ▲96년 미 하버드대 인권운동가상 수상 ▲현재 미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 미 라오가이재단 사무총장 ▲주요저서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개혁 현황」 「정저우(정주)에서의 처형의 날(Executive Day in Zhengzhou)」 「모진 바람(Bitter Wind)」 「문제아(Trouble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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