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참여로 사실상 가동4자회담 본회담 개최를 위한 한미와 북한간의 지구전이 시작됐다. 남북한과 미국은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공동설명회 이후 처음으로 3자접촉을 갖고 4자회담 개최문제를 실무적으로 논의했다. 결과와 관계없이 4자회담 사전 실무협의체제가 사실상 가동 된것이다.
북한측은 이날 접촉에서 예비회담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 대신, 4자회담전에 식량지원보장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해 4자회담자체에는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3자접촉은 북한이 공동설명회에서 4자회담을 한미가 공동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우리측이 참여하는 4자회담 논의체제가 처음으로 가동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정부 역시 비록 사전 식량지원보장 등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측이 「4자회담 거래」를 일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본회담 개최전망이 보다 밝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린 접촉은 상오 10시부터 하오 3시까지 식사를 거르고 5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공사와 마크 민튼 미 국무부한국과장간 기존 북·미채널 외에 우리측에서 이수혁 주미 대사관정무참사관이 참석했다. 한공사는 이 자리에서 4자회담 전에 150만톤정도의 식량지원을 보장한뒤 단계별 지원프로그램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미는 정부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은 4자회담 개최 후 신뢰조치 등 구체적 현안진전에 따라 시행될 수 있다는 기본입장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3자접촉 같은 형식적 유화조치에 나서는 북한측의 단기적 협상목표는 진행중인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식량지원 분위기를 뒷받침하면서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키는데 있다고 봐야한다. 지난달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호소에 각각 600만달러와 1,000만달러를 기탁했던 한미가 4월초에 있을 유엔인도지원국(UNDHA)의 호소에 또다시 동참의사를 밝힌 점, 뉴욕타임스가 최근 인도적 식량지원에 유보적인 일본을 질타하고 나선 점 등은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북한측의 성과이다.
하지만 현재 식량난은 「동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한미는 북한이 결국은 4자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믿고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현재의 협상상황을 『장기적으로 볼 때 4자회담은 어장안에 갇힌 물고기』라며 『우리는 조금씩 떡밥을 던지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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