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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위장 ‘피라미드’ 극성/세트판매로 단가제한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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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위장 ‘피라미드’ 극성/세트판매로 단가제한 무시

입력
199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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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통해 판매원 희망자에 수백만원어치 구매 강요/그 부담이 결국 아래로 아래로 ‘하위조직’ 없는 소비자에 전가국내 일부 다단계 판매회사가 불법적인 피라미드 판매를 계속하면서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로 위장, 법망을 피하고 있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 취급품목은 단가가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J, S, K, R사 등은 개별품목 단가는 99만원까지로 해 놓고 세트로 판매하는 변칙영업으로 이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 개별 품목을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판매원으로 등록하려면 수백만원어치를 구매해야 한다. 이들 회사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가입비를 못받고 물품구매를 강요할 수도 없게 되자 고액 수당지급 등을 미끼로 판매원을 끌어 들이고 있다. 또 판매원 등록 희망자와 소개자의 친분을 이용해 「3일간의 약속」을 강요, 3일동안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게 하고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주입한다. 노련한 다단계 판매원과 한달이상 합숙하도록 해 판매원으로 끌어 들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판매원을 세뇌시킨 뒤 수백만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부담은 결국 아래로 아래로 옮겨져 더 이상 하위 판매원이 없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다단계 판매의 성격상 이 최종 소비자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또 해약이나 물품 반환에 대비, 시제품인 것처럼 은근히 한번 사용해 보도록 하는 것도 전형적인 수법이다. 화장품이나 세제는 효과를 시험해 보라며 포장을 뜯어 사용하도록 하고 자석요에는 구매자의 이름을 쓰도록 부추긴다. 환불을 요구하더라도 물품훼손을 이유로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의 경우에는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일반소비자는 20일 이내에 해약하거나 물품을 반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품이 훼손되면 환불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K씨는 지난 1월 다단계 판매업체인 L무역에서 교육을 받고 판매원으로 등록하기 위해 화장품세트와 건강보조식품 340여만원어치를 구입한 뒤 해약을 요청했다가 포장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K씨는 나중에 소비자단체의 도움으로 포장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겨우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또 값을 부풀려 받기위해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건강보조식품을 항암제로, 효능이 입증되지도 않은 각종 장비를 의료기구로 선전하기도 한다.

판매원 모집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하고도 판매원이 독립 사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개별사업자의 문제일 뿐 본사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기도 한다. 현행법에는 회원 가입비를 받을 수 없고 강매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해약을 거부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위협·협박하는 행위 및 상품거래를 위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거나 교사·방조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사실상의 불법 피라미드 판매를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로 위장하는 이들 업체는 엉뚱한 호소로 판매원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21세기형 유망 유통사업」인 다단계 판매를 외국업체가 장악해 버리게 된다』 든가 『유통망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팔아주자』는 것 등이 그것이다.<이진동 기자>

◎피라미드 판매 알아내기/100만원대 넘는 상품 반품·환불규정 불분명…

다단계 판매는 제조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의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제조업자와 연결된 판매망에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유통방식이다.

이같은 유통방식은 점포가 필요없고 광고비가 들지않아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시중에는 다단계 판매를 위장한 불법 피라미드 판매도 횡행하고 있다. 불법 피라미드 판매는 얼핏 다단계 판매와 비슷하나 판매 보상금이 턱없이 많고 값싼 생활용품보다는 비싼 내구재를 파는 점 등이 달라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다.

통상산업부는 물건을 사거나 판매원으로 등록할 때 조심해야 할 변칙적인 다단계 판매의 유형을 분석,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우선 가격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품이나 100만원을 넘는 고가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반품 및 환불규정이 분명하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을 때 ▲판매원에 대한 후원수당(보상금) 산정·지급기준 자료를 공개하지 않거나 그 비율이 권장소비자 가격의 25%, 판매원 가격의 35% 이상일 때 ▲반강제적, 위협적 수단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가입비·교육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물품을 구매하게 할 때 등은 일단 의심을 품어야 한다. 또 ▲다단계 판매원이 직접 구매 또는 판매해야 하는 할당 금액이 있다거나 하위 판매원 모집만으로도 이익이 발생한다고 선전할 때 ▲사업장 주소와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거나 상품이 아닌 금전배당 조직에 가입을 유도할 때 등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변칙적인 다단계 판매를 적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상품의 가격을 교묘하게 올리거나 회비를 받더라도 집중 교육을 통해 자발적 구매를 유도할 경우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변칙 다단계 판매를 포착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며 『소비자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변칙 다단계 판매 퇴치법』이라고 말했다.<조재우 기자>

◎다단계 판매원 이경갑씨/무조건적 거부감과 ‘한몫’ 환상 모두 버려야/꼼꼼히 자료분석후 시작/“어려움 있지만 성공 자신”

『제딴에는 회사와 제품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고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해 뛰어 들었습니다. 어려움도 있지만 성공하리라는 자신이 있어요. 열심히 뛰다보니 직장 다니는 정도의 수입은 됩니다』

지난해 5월 「뉴스킨 코리아」 판매원으로 등록해 6단계의 판매원 서열중 3단계에 올라 있는 이경갑(38)씨. 판매망 확장 속도가 같이 출발한 사람들에 비해 크게 빨라 『3년후 최상위 판매원이 돼 월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가 다단계 판매에 투신한 것은 학력과 연줄의 높은 벽을 절감했기 때문. 92년 유산균 음료 전문업체인 H사의 영업소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대러시아 무역업을 시작해 한동안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동업자의 「배임」으로 사업이 기울었고 자금난으로 회사를 정리해야 했다. 마땅한 직장은 없었고 장사를 하려고 해도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때 우연히 다단계 판매를 소개한 신문기사를 접했다. H사에서 영업교육을 받던 시절 한 강사의 강의 내용도 뇌리에서 되살아 났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마진을 줄이려는 다단계 판매가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도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여러 외국계 다단계 판매업체의 교육장을 찾아 다녔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각종 관련자료도 챙겨 읽었다. 『업체를 선택하는데 가장 먼저 회사의 신뢰도를 따졌어요.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도 평점을 조사하고 부채비율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3∼5년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성과가 나타날 텐데 그 사이에 회사가 망해 버리면 큰일이지요. 1,000개의 다단계 회사 가운데 5년후에 1개만 남았다는 미국 통계도 있었어요』 그리고도 따질 것이 많았다. 『제품 가격이 싸고 품질이 우수해 지속적·반복적 구매가 가능한 지를 조사했습니다. 또 새로 시작하는 일인만큼 이미 판매망이 널리 퍼진 회사는 피해야 했어요』

『처음 6개월간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한푼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재투자했다』는 그는 다단계 판매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과 환상은 모두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칙 다단계 판매가 아닌 한 소비자에게 실익이 돌아 갑니다. 그러나 손쉽게 한몫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에요. 몇달만에 수천만원을 버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얘기입니다』<황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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