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끌어들여 패가망신남태평양의 소국 파푸아뉴기니의 줄리어스 챈 총리가 용병을 끌어들여 반군을 진압하려다 오히려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고 말았다. 챈 총리는 26일 정부의 용병계약에 반발한 군부 쿠데타 위협과 9일간의 시민봉기에 굴복, 측근인 부총리 및 재무장관과 함께 사임했다. 그는 24시간 이내에 각료회의를 소집해 6월 총선때까지 과도내각을 이끌 총리대행자를 선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내각은 앞으로 총선준비와 함께 용병계약의 불법성에 대한 조사를 주도하게 된다. 챈 총리는 졸지에 최고 권력자에서 피의자로 전락, 패가망신의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용병계약에 대한 반발은 1차적으로 용병들이 당초 챈 총리가 발표한 것과는 달리 정부군 훈련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전투에 참가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챈 총리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군부 및 국민의 의구심과 주변국의 제재위협이다. 9년간 분리독립 투쟁을 벌여온 부건빌섬의 반군을 총선전 일거에 소탕함으로써 인기상승을 노렸다는 게 반대파들의 주장이다.
계약에 반대하다 해임된 제리 싱기록 전참모총장은 『용병들의 무차별 작전은 필연적으로 민간인들의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며 챈 총리가 사욕을 위해 국민의 안위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호주와 미국 등도 남태평양 최초로 용병을 끌어 들였다는 점을 중시,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번 파푸아뉴기니 사태는 용병들에게도 보기드문 치욕을 안겨줬다. 주계약자인 영국용병회사 「샌드라인 인터내셔널」의 회장은 파푸아뉴기니 정부군에 의해 구금·조사받고 있다. 하청회사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스」소속 용병 수십명도 억류되거나 추방됐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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