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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비화/한길사 김언호씨,격동기 출판일기 등 책으로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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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비화/한길사 김언호씨,격동기 출판일기 등 책으로 펴내

입력
199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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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과 이성·농무·난쏘공·장길산…/시대를 대변했던 ‘책의 탄생’ 출간76년 한길사를 창립, 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으로 사회과학서 출판붐을 주도했던 출판인 김언호(53)씨가 80년대 격동기 출판계의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출판일기와 명저출간의 뒷얘기 등을 「책의 탄생」(전 2권)이란 이름으로 정리했다.

한마디로 「책의 탄생」은 한 출판인의 체험적 출판문화론인 셈이다. 출판계의 「보도지침」이라 할만한 출판일기는 독재정권아래서 유수 출판사의 등록이 취소되는 등 책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당시 출판인들의 자화상이다. 85년 3월8일부터 87년 12월21일까지 3년여동안 출판기획, 필자와의 만남 등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즐거움과 고통, 그리고 자긍심이 일기에 그대로 배어있다.

「격동기 한 출판인의 출판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제1권은 출판이 곧 투쟁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들로 출판탄압, 작가의 구속을 몰고온 필화사건 등의 내막을 엿볼 수 있다. 85년 10월14일 월요일. 「낮에 도서전시장에 나갔더니, 문공부 직원들이 야단이다. 장관이 김대중의 책, 일월서각의 「민주정치」(국회 속기록 정리한 것), 기타 민중운운하는 책이 왜 전시장에 나와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법원에서 팔아도 좋다고 판결한 책이라고 설명해도 매체국장은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코미디이다. …이건 분명 돌아버린 시대상황이다.」

제2권은 80년대의 스테디셀러와 한길사의 주요한 기획물들에 대한 저자 자신의 생각과 평가, 그리고 비판적 책읽기를 모았다. 특히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이영희의 「우상과 이성」, 신경림의 「농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10여권의 발간 비화를 작가 중심으로 소개했다.

대하소설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에 얽힌 일화 한토막.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열차역에서 황석영에게 무작위로 붙잡힌 이름모를 수많은 승객들이 「장길산」의 원고를 신문사로 날라다 주었다. 황씨가 전국을 떠돌아 다니며 소설을 쓰기 때문에 당시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은 마감시간에 「장길산」을 대느라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국일보 사옥에 내걸리는 「장길산 연재중」 「장길산 연재 재개」라는 대형현수막이 방랑벽을 떨치지 못하는 작가에게 붓을 놓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저자와의 만남」편에서는 시인 고은, 작곡가 윤이상, 언론인 송건호, 사회운동가 신영복, 시오노 나나미 등과 나눈 대화내용을 수록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문제의식과 실험정신을 가지고 21세기 우리들 삶의 방향과 질량에 깊이 연관되는 책들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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