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할까 금지할까 현행체제 보완할까/섣부른 허용보다 공교육 정상화가 먼저/과외자율화로 학교교육과 역할분담을사교육비의 주범으로 인식돼온 과외가 도마에 올랐다. 과외를 전면허용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전면금지할 것인가. 혹은 현행 체제를 보완할 것인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역할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가 맡았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될 만큼 심각한 과외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교개위는 26일 교개위 대강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 이중 한가지 방안을 택해 대통령에게 보고, 4월중 확정할 계획이다. 커다란 파문과 함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편집자 주>편집자>
26일 열린 교육개혁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참석자들이 과외허용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과외 전면허용에 찬성했으나 학교교육 정상화 등을 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토론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을 요약한다.
◇윤건영(연세대 교수)=과외 전면금지는 여러번 실패한 정책으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면금지를 시행할 행정력이 없으며 무리한 시행은 과외음성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그런 점에서 과외 전면허용은 비교적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시행시 예상되는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시에 과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보다는 비생산적인 과외수요를 줄이고 학교교육과 과외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성숙(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과외는 기본적으로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교육현실은 합리적 이성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외 전면허용으로 학원료 인하,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가져오기는 힘들다. 과외허용조치는 초등 영어교육의 실시로 야기된 현상황의 불합리를 시정할 수는 있지만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왜곡된 교육의식에 젖은 학부모들을 영어 등 교과목 학원수강 열풍으로 휩쓸어 넣음으로써 사교육비 지출을 증폭시킬 위험마저 있다. 정부는 부실한 학교교육환경의 개선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주호(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과외 전면금지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엄청나게 증가하는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둔채 과외에 대한 행정규제와 형사처벌만 강화할 경우 사교육의 암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과외의 음성화 및 과외비용의 고액화만 초래된다. 원칙적으로는 과외시장의 자율화가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다. 학원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면 교육소비자들이 값싼 양질의 사교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시장의 자율화만으로는 사교육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공교육의 개선없이 사교육시장만 자율화할 경우 공교육의 공동화현상이 우려된다.
◇윤동균(경복고 교사)=과외 전면허용은 일부 우려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과외허용을 둘러싼 비판중에는 망국병이라고 불리는 과열과외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과외에 대한 수요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막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학원과외와 함께 학교과외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 비는 학교시설을 방치한다는 것은 교육예산의 낭비다. 학교과외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학원교육에 좋은 자극도 될 것이다. 학교와 학원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는 당장에는 일부 부작용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가능하리라고 본다.
◇김제완(한국학원총연합회 정책실장)=현행법은 초등학생에 대한 예능과목을 제외한 학원수강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고액인개인과외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위화감은 물론 평등권시비를 초래하고 있다. 또 과외전면 허용안 중 개인과외 허용확대는 오히려 전체 과외학습비를 늘릴 뿐 아니라 사회교육의 가치왜곡과 질서혼란을 야기한다. 따라서 초·중·고교 재학생의 학원수강은 허용하고 학원운영에 관한 각종 비현실적 규제를 완화해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단 학원운영의 투명성을 통해 수강료 초과징수를 봉쇄하고 법령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을 대폭 상향조정한다.
◎사교육비 절감대책/학급규모 대폭축소 등 학교교육 질 높이기/수능 등 대입 보완/과외방송 확대도
교육개혁위원회는 이번 공청회에 제시된 과외대책을 포함해 광범위한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4차 교육개혁 과제에 포함될 사교육비 절감방안의 핵심은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정상화에 있다.
▷개혁 필요성◁
과외와 사교육비문제는 교육영역은 물론 사회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만큼 심각한 것이다. 과외는 국민의 가계를 압박할 뿐 아니라 임금체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과외문제는 「5·31교육개혁방안」에 포함된 입학제도의 개선이나 학교교육의 질 제고방안에 따라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민들 간에는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부담과 고통이 하루 빨리 덜어지길 바라는 심정이 팽배해 있다.
▷대책 방향◁
과외대책이 사교육비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면 학교교육 정상화와 대입제도 개선은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정상화를 핵심과제로 추진하면서 대입 전형방식 보완을 골격으로 한다.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입전형방식을 바람직하게 정착시켜 감으로써 과외수요를 원천적으로 축소하자는 취지이다. 그동안 학교교육이 학생들의 「완전학습」을 보장해 주지 못해 학생들을 과외로 내몰았으나 수준을 높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학교로 돌아오게 하자는 것이다.
▷대책 개요◁
우선 학습자의 다양한 교육적 필요가 충족되도록 학교의 교수 및 학습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학교와 학급규모 적정화를 위한 투자를 크게 확대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0년이 돼야 학급당 학생수가 40명 수준이 되나 투자를 파격적으로 늘려 학급당 학생수를 2005년까지 35명 선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교과목수 수업시간 등 학습내용도 현재의 70%수준으로 줄여 부담을 덜고 방과후 활동에 내실과 다양화를 꾀한다. 다양한 학생선발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대입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되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대입전형 방식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대학수능시험의 출제 및 활용방법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수능시험의 경우 예컨대 전체 총점을 10등급으로 나눠 같은 등급에 속한 학생에게는 총점이 다르더라도 같은 점수를 주는 「급간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대학들은 수능시험에서 같은 등급을 얻은 수많은 학생중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선발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채널과 케이블TV, 교육방송(EBS) 등 정보통신메체를 적극 활용해 학습자료 및 과외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중이다.
◎3개안과 문제점
교육개혁위원회는 초·중·고교생의 과외교습 허용여부를 둘러싼 3가지 안을 제시했다. 3개안은 중립적 형태인 현행체제를 제외하고는 과외에 대한 양극단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교개위도 과외 전면금지 또는 전면허용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부의견이 팽팽한 상태다. 당초 교개위는 과외를 전면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듯 했으나 전면금지를 주장하는 안팎의 여론도 만만치 않아 자체 입장을 확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안의 구체적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한다.
◇전면금지음성·고액화에 지속 단속 어려워
1안:초·중·고교 재학생과외 전면금지/일체의 과외교습행위 철저단속
학원과 관련된 현행법을 개정해 재학생의 모든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한다. 공권력을 총동원해 불법 과외교습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 시행한다. 이 경우 과외교습 총량이 줄어들고 계층간의 위화감도 크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7·30과외금지 조치」와 마찬가지로 과외의 음성화 및 고액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불법과외를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규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다.
◇현행유지초등과외 수요 인위적 금지 한계
2안:현행유지(초등학생 과외금지/중·고생 과외 허용) 불법과외 철저단속
유아 및 초등학생의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 교과내용에 대한 과외는 엄격히 금지하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불법과외 단속을 위한 여건을 강화한다. 국세청이나 사법기관 등이 불법과외 단속을 강화하고, 교육청의 단속요원을 증원하며 사법권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불법과외 교습학원이나 강사들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한다. 이 안이 실시되면 유아 및 초등학생들이 특기, 소질계발 위주의 과외교습을 받을 수 있으며, 단속여건 정비를 통해 좀 더 엄격하게 불법과외를 단속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초등과외 수요를 인정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금지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지속적이고 철저한 단속이 가능할 수 있는가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면허용‘학교·학원 협력체’ 부작용 올수도
3안:과외공급자(학원 및 개인)를 모두 등록토록 해 과외교습의 질을 관리
과외공급자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정보제공 창구를 마련해 소비자들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학원 협력체」같은 기구를 통해 학원이 학교교육을 보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학원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수강료를 포함한 모든 교습비가 온라인이나 영수증을 통해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방안은 과외공급자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발해 과외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과외공급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시장원리에 따른 과외비용 인하도 기대된다. 그러나 과외를 조장하는 방안이라는 비난이 따를 수 있으며 학교―학원 협력체가 교육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교육비 실태/82∼90년 3배이상 증가/초등학교 연 24만원→104만원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82년에 18만5,458원이었던 것이 90년에는 66만8,088원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초등학교는 24만1,781원에서 104만8,215원으로 약 4.3배, 중학교는 30만4,660원에서 94만5,762원으로 약 3.1배 증가했다. 또 고등학교의 경우, 일반계 고교가 2.6배, 실업계가 2.1배 정도로 증가했으며, 대학교는 약 1.3배로 늘어나 학교급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증가율은 낮았다.
94년 현재 연간 사교육비는 대학교 238만1,838원, 일반고 175만9,037원, 실업고 100만4,161원, 중학교 153만2,230원, 초등학교 135만62원, 유치원 124만888원으로 실업고가 가장 낮고 나머지는 학교급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규모도 증가했다.
◎과외정책 변천일지
△80년 7월30일:과외 전면 금지
△ 〃 8월7일:과외단속지침(개인 및 학원과외 금지, 학교보충수업 폐지)
△ 〃 8월27일:학교내 예·체능 집단 실기지도 허용
△81년 3월30일:유사 과외교습 규제(학습지, 고사지, 녹화테이프 판매금지)
△ 〃 7월14일:예·체능계, 기술·기능계 등 취미분야 재학생 학원수강 허용
△82년 7월13일:재학생의 어학계, 고시계 인가학원 수강 허용
△83년 8월12일:학습부진학생(하위 5%) 보충수업 허용
△84년 1월6일:학습부진학생(하위 20%) 보충수업 허용
△ 〃 4월6일:고교 3년생 겨울방학중 사설 외국어학원 수강 허용
△88년 5월6일:학교보충수업 부활
△89년 6월16일:학습용 녹화테이프 제작, 판매, 대여 허용
△91년 7월:초·중·고 재학생의 방학중 학원수강 허용
△92년 8월:대학생 과외교습 및 초·중·고 재학생 학기중 학원수강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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