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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행보지만 저인망식/한보재수사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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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행보지만 저인망식/한보재수사 어떻게 돼가나

입력
199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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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석·행장 혐의규명 초점/물증확보에 총력 “보채지 말라”/금품수수는 정태수씨 입 열기가 관건검찰의 한보 의혹사건 재수사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은행장들의 혐의입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은행대출과정에 대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훑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26일에도 제일·산업은행과 한보그룹 실무자들을 불러 한보철강 대출이 정상적인 심사과정을 거쳤는지 여부와 내부 결재 과정의 문제점들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수사는 그러나 아직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사건의 성격상 금방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물증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수사관계자들은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 『너무 조급하게 보채지 말라』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 검찰은 이 날 『은행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사실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며 매일하던 기자간담회마저 취소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한이헌·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과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장명선 외환은행장 등 관련 은행장들을 사법처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은행장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려면 은행장들이 부도가 예상되는데도 무리하게 대출해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나 당사자들이 이를 인정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은행장들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은행실무자들의 진술과 당시의 정황, 한보철강 재무상황과 사업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 방증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다.

한·이 전경제수석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도 은행장들의 배임죄 적용여부와 맞물려 있다. 은행장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무리한 대출을 해줬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경제수석들이 전화로 대출을 부탁한 행위도 은행장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형법 123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은행장들이 1차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당시 청와대 이석채 경제수석이 「한보가 부도나면 파장이 크다」며 대출을 종용했다』고 진술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당시 이수석이 한보의 부도를 예상하고도 대출을 종용했다면 직권남용죄의 적용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수석은 『대기업이 부도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가 대책없이 모른 체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은행에 협조를 구한 것을 압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들의 혐의입증에 필요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한보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들에게 돈을 건넸는지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 수사팀이 정태수 총회장의 「자물통 입」을 열기위해 어떤 열쇠를 준비하고 있는지 주목된다. 금품수수 여부는 정총회장의 입을 통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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