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2002년까지 2조2,308억원 손실 전망 무시전문 기업평가기관인 한국신용정보가 지난해 9월 작성한 「한보철강 보고서」의 공개로 한보채권은행들의 부실대출에 대한 은행임직원의 책임문제가 다시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신용정보는 보고서를 통해 『한보철강은 존폐여부가 우려되는 회사』라는 극히 비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제출된 후에도 채권은행들은 1조원이상 한보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채권은행들이 비록 「거부할 수 없는 외압」을 받았다해도 「망할 회사」에 1조원이상의 거액을 계속 대출, 해당은행에 엄청난 손실을 자초한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실린 한보철강의 「추정손익계산서」에 따르면 한보철강은 96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조2,308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나타나 채권은행들이 보고서의 소견을 수용했다면 「절대로 돈을 빌려줘서는 안되는 회사」였다. 더욱이 한보철강이 이처럼 엄청난 손실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다름아닌 금융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데 있었음을 감안할 때 추가대출은 상식적인 판단으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는 『1996∼2002년동안 한보철강의 자금과부족 예상액이 2조6,595억원에 달한다』고 돼있어 한보는 1월23일 부도처리되지 않았다면 이같은 돈을 계속 빌려줘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도 은행감독원은 2월25일 특별검사 발표에서 은행 임직원들이 여신관리에 「불철저했다」고만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은행측이 한보철강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었다. 은감원은 따라서 「곧 망할 수도 있는 회사」라는 보고서를 묵살해가며 1조원이상의 거액을 계속 대출해준 것을 「철저하지 못한 여신심사」, 「관리소홀」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은감원은 특검결과발표에서 『제일은행은 한보철강이 작성·제출한 사업보고서와 한국신용정보의 평가내용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원인규명 없이 여신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한보 재수사」착수이후 은행 임직원에 대해 업무상배임을 적용, 사법처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세워놓고 은행 임직원이 은행의 손해를 예상하고도 대출을 해줬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해온 터라 「한보 보고서」는 검찰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정보의 「한보철강 보고서」는 용역을 의뢰한 제일은행에 제출됐으나 다른 은행이 이를 참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외환·조흥은행 등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한국기업평가가 작성한 한보철강 보고서를 주로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 채권은행의 한 은행장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를 참조, 한보에 대출해 주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는 한국신용정보의 보고서보다 한보철강에 대해 훨씬 낙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이영성·유승호 기자>이영성·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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