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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남성발레단 내한공연/발레리노 숨은 욕망의 춤(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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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남성발레단 내한공연/발레리노 숨은 욕망의 춤(무용평)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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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남성발레단 내한공연(22,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보면서 연신 웃을 수 밖에는 없었다. 장난도 공연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웃음거리의 소재를 제공하는 클래식 발레가 서서히 고별식을 거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교차했다.첫번째 작품 「Modus」와 두번째 작품 「Dream Fragnent」가 끝났을 때까지도 이들의 주특기는 드러나지 않았다. 특기란 다름아닌 여장을 하고 포인트 슈즈를 신은 남자들이 교태를 과장하며 발레리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번째 작품 「볼레로」는 라벨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한 군무로 르네상스 시절의 궁인들이 입었음직한 디자인의 빨간 의상에 온통 번쩍이는 스팽글로 장식한 모자까지 썼다. 타이즈와 슈즈는 진분홍으로 색을 맞춰 입고 손에는 검정 부채를 들었다.

이 단체의 단장이기도 한 발레리 미하일로프스키가 등장해 볼레로 특유의 음악에 몸을 흔들면서부터 이들의 주특기가 서서히 드러났다. 서양식 부채춤으로 이름을 붙여도 별 무리가 없을듯한 이 춤은 점점 많은 수의 사람이 등장하면서 부채의 개수와 함께 크기가 커지는 재미를 보였다. 간간이 보여지는 동성애적인 장면들이 여자처럼 부드러운 남자들의 움직임을 통해 더욱 크게 느껴졌는데 그 자연스러운 몸놀림에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발레수업에 일생을 바친 다져진 몸과 기교로 왜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 라는 의문이 샘솟지 않을 수 없었다.

2막에서는 아예 「돈키호테」나 흑조 그랑 파드되 같은 고전작품들을 발레리나와 똑같이 춤을 춘다. 발끝과 무릎의 처리가 엉성한 것도 재미가 되고 돌거나 뛸 때의 속도나 높이가 월등한 것은 환호거리가 된다. 기량이나 연기력을 평가할 수 없는 단계가 되다 보니 그저 웃을 수 밖에는 없다.

어색하고 우습지만 이 모습이 어쩌면 발레하는 남자들의 잠재된 소망이 아닐까. 포인트 슈즈는 알려진 대로 여성의 전유물이다. 의상 역시 발레리나의 것은 장식이 화려하고 디자인도 화려하다. 또한 발레리나의 제스처에는 갈채를 유도하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치장된 애교가 있다. 반면 남성들은 발레무대에서 마음놓고 인사조차 하기 어렵다. 항상 여성을 먼저 챙겨주어야 멋있는 파트너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이 여러가지 전통적인 불이익에 대해 200년이 넘도록 대물림하며 억울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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