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훌륭해도 시민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안겨주고 있다면 옳은 제도라 할 수가 없다. 시행 6년여를 지나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그 한가지 예일 것 같다.최근의 불경기가 폐기물재생 산업현장에까지 그 여파를 몰고와 미처 수거를 못했거나, 썩어가고 있는 재활용 대상품들 때문에 갖가지 부작용과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본보 3월24일자 사회면 보도). 어린 초등교 학생에서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열심히 모아온 재활용 가능품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재활용품 수집업계측은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은 계속 느는데도 재생산업소의 구매는 늘 줄을 몰라 경영압박을 이겨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불경기와 함께 당국의 지원부족을 탓한다.
각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쌓아둔 재활용품들을 운반하는 체계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영세업자가 1차수거후 다시 중간 수집업자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방식이어서 마지막 수용자인 재생업체 역시 2중3중의 비싼 물류비 부담을 져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일부 지역에선 쌓아둔 재활용품 수거때 영세수집 업자들이 주민들에게 일정액의 수고비를 오히려 요구하는 바람에 원활한 수거와 활용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재활용품 수거때 정부와 지자체가 운송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가정과 아파트 단지는 물론이고 수집소에서까지 재활용품 적체가 수천톤씩에 이르고 있고 수용 가격마저 30% 이상 떨어져 전국 1만2,000여 수집상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 한다. 이러다간 또 하나의 쓰레기 대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곳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와 각 지방자치 단체들이다. 불경기에만 탓을 돌린채 방관만 할 일이 아니다. 해당공장들에 대해 재활용 산업육성 자금이나 조달기금 등을 지원,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재활용품 적체를 줄일 수 있으며, 운송체계를 개선해 불필요한 중간 마진을 줄여 나갈 수도 있다. 그밖에도 지자체별 대형야적장의 신설로 일반 가정의 불편을 덜어 주어야 하며 새로운 연구와 개발을 서둘러 자금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할 일이다.
지금 일선 각급 학교마다 정해진 폐품수집의 날이 가정에 너무 쌓여 두통거리인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날로 이용되고 있다니 예사 문제가 아니다. 결국 국민적 합의아래 시행 6년째를 맞고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시책이 재활용품의 적체현상으로 중대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행정당국과 지자체는 방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대책을 서둘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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