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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부채질(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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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부채질(지평선)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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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희생시키더라도 물가를 3∼4% 수준으로 꼭 안정시켜 놓고 말겠다던 새경제팀이 그 말을 한지 불과 며칠만에 가스값을 대폭적으로 인상해 버렸다. 도시가스값이 서울 기준으로 10% 가까이 올랐고 프로판가스값은 17%이상 인상됐으니 값을 올려도 무지막지하게 올려 버린 셈이다. 물가안정을 말하지 말든가 좀 시차를 두었다가 값을 올리든가 할 일이지 이런 식으로 앞뒤가 안맞는 언동을 보여주니 정부시책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얼마 안있어 버스요금이 또 오른다니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공공요금부터 인상러시가 일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물가는 정부시책에 대한 신뢰와 소비자들의 심리가 중요한데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불안심리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새 경제팀이 모든 시책에 우선해서 물가부터 잡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하는 모양을 보면 안정화 시책의 성공을 기대한다는게 부질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말하는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은 외견상 논리가 정연하고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늘 경험해 왔던 것처럼 공기업의 나태와 누적된 경영부실을 홍수 때 폐수방류하듯 요금인상으로 처리해 버리는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도 많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고물가 국가이고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공공요금 인상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4.7% 가운데 상품부문의 기여도는 1.3%에 불과한 반면 서비스부문은 3.4%에 달한다. 서비스 부문 중에서도 공공요금의 기여도가 1.5%로 가장 높다.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구조를 깨자면 물가를 잡아야 하고 물가를 잡자면 그 주범인 공공요금을 안정시키는데 심혈을 쏟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요금인상을 하는 경우에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인상폭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앞뒤 안가리고 덜컥덜컥 요금인상을 해버리는 안이하고 무책임해 보이는 자세는 그 자체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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