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의 한 측근은 25일 『대표가 뭐 힘이 있어야지…』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대선주자 이회창에서 대표위원 이회창으로의 「승격」이 가져다준 과실이 예상밖으로 크지 않음을 함축한 말이었다. 여기에는 대표 취임이후 정국이 딱히 더 나빠지진 않았지만, 얽히고 꼬인 난제들이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데 대한 답답함도 깔려 있었다.김현철게이트, 한보사태, 당내 민주화,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관계 설정, 권력구조 개편논의, 민주계 끌어안기, 김영삼 대통령 보호 등 정국안정 문제…. 산적한 과제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어려운 자리에 앉게 됐다』는 이대표의 말이 단순한 자락깔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여기에다 대검중수부장 교체를 둘러싸고 노정된 당정간의 협조체제 미비, 정보유통 차단현상은 이대표의 현 위치를 꼬집듯이 보여주었다는 지적이다. 이대표가 중수부장 경질직전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집권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대선주자로서 국정운영의 한 축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던 셈이다.
여기에다 대표취임 후 보여준 일련의 언행에 대한 당내외의 탐탁지 않은 시선도 그의 행보를 거북하게 만든 게 사실이다.
이대표는 그러나 『제반문제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생각을 정리한 상태』라고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현철씨 문제와 한보사태는 누누이 강조해 온 것처럼 법과 순리에 따른 처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당내 민주화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언로트기 등 운영의 문제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활착될 것이란 생각이다. 타 대선주자들의 「옆길새기」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크게 문제되지 않으며, 민주계 끌어안기는 대세장악과 동전의 앞뒷면을 이룬다는 판단이다. 또 정국안정을 위해선 김대통령의 힘 되찾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최선을 다해 김대통령을 「보위」한다는 각오다. 이대표는 26일 DJ와 JP 등 야당총재들과의 연쇄회동을 시발로 기회와 위기의 양날잡기를 위한 본격행보에 나서게 된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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