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한보비리와 김현철씨의 불법적인 국정개입으로 온 나라가 두달째 들끓고 휘청거리는 등 심각한 난국에 처해 있는데도 감사원은 요지부동이다. 사건이 터진 초기에 당연히 한보비리 등과 관련된 정부기관들을 감사했어야 하는데도 나몰라라 하는 자세다. 무책임한 태도로서 아쉽기 짝이 없다.우리 나라의 최고감사기구인 감사원은 대통령직속 기관이다. 그러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된 지위를 지닌채(감사원법 2조) 예산집행에 대한 회계를 상시감사하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한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여전히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의 감사원장들은 취임때마다 「엄정한 감사」 「성역없는 비리척결」 「불법부정 있는 곳에 감사원이 있다」고 호언했지만 거의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때문에 선진국처럼 감사원의 국회귀속논 또는 독립논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짐작한대로 한보비리와 김현철씨 사건이후 감사원은 고질적인 권력의 눈치보기식 자세로 돌아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들 두 사건이 어떤 사건인가. 단순한 금융특혜와 청탁정도가 아니라 금융질서는 물론 국가기강, 국정운영을 흔든 권력형 비리이자 국헌문란행위 아닌가. 감사원은 한보부도가 난 직후 통산부, 재경원, 청와대, 은행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보철강의 사업승인 과정서부터 산업은행 등의 수조원에 이르는 대출배경,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관련여부 및 진짜배후 등을, 또 김현철씨의 고위직 인사와 청와대에 무적자파견근무 등 국정개입 등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지금까지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무책임하다. 특히 감사원은 작년 1월 정부 각부처 및 산하기관 감사기구의 직무상황을 심사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껍데기 심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는 감사원의 고위당국자가 문민정부 초기에 『감사방법을 근대화할 것이며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사후감찰보다 사전예방감찰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한보비리 등의 경우 그같은 약속과 다짐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감사원은 뒤늦긴 했어도 한보비리와 김현철사건에 대한 청와대, 재경원, 통산부, 산업은행, 은행감독원 등 모든 관련기관에 대한 회계 및 직무감사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들 사건의 배경과 전모를 국민앞에 밝혀야 하며 이는 곧 검찰의 효과적인 재수사를 돕게 될 것이다. 한보비리는 물론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사건이 터진 지금까지 어느 기관 하나 단 한장의 해명서나 조사보고서를 내지 않을 정도로 공직사회의 기강은 흐트러져 있다. 감사원은 뒤늦은 반성과 분발로 소임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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