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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정치권/‘정리스트 공개되나’ 의원들 긴장·한숨·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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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정치권/‘정리스트 공개되나’ 의원들 긴장·한숨·체념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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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혹정치인 고해성사 유도 움직임도한보사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정태수리스트」를 본격 파헤친 뒤 공개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번 수사에서 검찰이 밝혀내고서도 덮어둔 자금수수문제가 공개되거나 새로 드러 날 경우 정치권에는 엄청난 한보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검찰의 심상치않은 기류에 무척 신경을 쓰고있다. 중수부장이 교체된데 이어 수사팀이 사실상 새로 짜여졌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들이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독을 품은 것 같다. 수사가 적당한 선에서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PK(부산·경남)출신 검사들이 실질수사에서 제외되고 특수수사통들이 대거 충원됐다면, 수사가 핵심부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검찰이 「정태수리스트」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이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진위여부를 떠나 정치권은 다시 파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1차수사 당시 일부 언론에 한보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도된 의원들은 한결같이 피곤한 기색이다. 이 와중에서도 5,000만원 수수설로 곤욕을 치른 K의원은 『차라리 잘됐다. 철저히 수사해서 결백이 입증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수석을 지낸 H의원처럼 『마음을 비웠다. 내가 책임져서 사태가 수습된다면 감수하겠다』며 체념한 의원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격앙된 분위기가 나라를 뒤흔들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검찰이 집단이기주의 입장에서 감정적으로만 일을 처리해서는 안된다』며 『외압의 실체를 파헤치는데 주력해야지 정치권에 한풀이하듯 수사를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한 원로의원은 『중수부장 교체만으로 검찰이 들끓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이가 없다』며 『냉정하게 사태의 본질을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어떻든 정태수리스트의 공개설, 무차별 수사설 등으로 『이러다 정치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오는 등 뒤숭숭한 기류가 신한국당을 휩쓸고 있다.

○…검찰의 한보재수사 과정에서 「정태수 리스트」가 다시 거론되자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당에도 또한차례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야권은 머지않아 또 한차례 정치권을 강타할 것으로 보이는 한보태풍이 지난번 1차때보다 더욱 범위가 넓고 세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야권은 겉으로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내심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특히 제2, 제3의 권노갑 의원과 같은 추가 연루자가 드러날 것을 우려, 리스트에 오르내렸던 의원들을 상대로 은밀히 「고해성사」를 유도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24일 간부회의에 이어 25일에도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재수사전망과 정태수리스트 공개 움직임의 정치적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K의원은 『왜 내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지 모르겠다』며 정태수씨와의 관계는 물론 금품수수설을 일축했다. 국민회의 J의원은 검찰의 1차수사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출국,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민련은 『지난 1차수사때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당은 한보와 관련될 이유도, 능력도 없다』며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다만 김현철씨 문제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억지로 우리당 인사들을 연루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민련은 이에따라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앞으로 대선자금을 본격 거론하겠다』며 오히려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이영성·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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