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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시련’ 시민단체협의회 강문규 공동대표(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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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시련’ 시민단체협의회 강문규 공동대표(한국인터뷰)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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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체중 줄이고 거품 뺄때”/시민단체 급속성장 불구 엘리트 중심 운영으로 의사결정과정 왜곡 우려/세규합보다 내실 다져야 이윤·권력서 자유로운 건전 비판세력 양성 가능시민단체의 대표격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김현철씨의 YTN인사개입 통화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훔친 뒤 은폐, 시민사회단체들의 대국민 공신력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한시협)산하 51개 단체는 긴급회의를 열고, 실추된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숙의했다. 협의회 강문규 상임공동대표는 『방만하게 운영돼 온 시민단체들이 몸무게를 줄이고 거품을 빼는 자성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편집자 주>

-경실련 유재현 사무총장이 비디오테이프 은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90년대 들어 국민들의 폭넓은 신뢰를 받아왔던 시민운동단체가 이 사건을 계기로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30년간 시민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원로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운동은 시장경제, 정치권력과 함께 사회를 이끄는 3대축입니다. 시민운동은 나름대로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이슈를 쟁점화하고, 제도권의 잘못을 파헤쳐 공론화하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권력과 이윤에서 자유로운 공익성 때문에 시민운동은 국민들의 기대와 함께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이같은 과정에서 거품도 생기고 과잉행동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시민단체가 투명하고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기입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시민단체에서도 의사결정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시민운동은 월급을 받는 상근직원중심의 엘리트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구조가 무거우면 지탱하기 힘들고 통합하기도 어려워요. 상근직원이 많으면 운영기금을 마련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쪽으로 힘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시민참여도가 부족한 우리의 실정에서 결국 중앙조직의 상근자 중심으로 의사가 결정됩니다. 개미군단형태의 저변확대가 안되면 시민운동은 한계가 있습니다』

-경실련 유전사무총장과 양대석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이 서로 비난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시민단체의 조직체계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운영함에 있어 명심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민단체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의 개성을 획일화할 수는 없습니다. 행정부나 기업처럼 일사불란한 행동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곤란합니다. 조직이 오합지졸이 돼서는 안되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추진하면 돌출행동이나 과잉행동이 나올 수도 있어요』

-양씨의 경우, 92년 대선때 특정후보의 캠프에 속했다는 등 전력시비도 있었습니다. 단체의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이 기회에 시민단체 종사자의 자질과 전력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기업이 침투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명감이 있는 좋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시민운동가들은 영향력도 없고 힘도 없다고 푸념하는 반면 국민은 시민단체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용할 때 전력을 조사할 수는 없겠지만 업무수행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로 검증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듯 시민단체도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기업의 협찬이나 국가프로젝트를 맡아 경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천적으로 권력과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없습니까.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깨끗한 돈은 없습니다. 돈 안드는 선거를 하자는 캠페인에도 돈이 듭니다. 기업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내는 돈은 직접 받는 것보다 협의체 등 완충지대를 두어 분배하는 형식이 최선입니다. 이렇게 배분하면 돈을 낸 기업에 대한 배려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는 경우 이미 결정된 정책을 확인하는 것은 어용이 되기 쉬워요.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용역은 시민단체가 수행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행정부나 지방정부의 대민활동을 대행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적자로 운영하는 청소년프로그램 등을 자원봉사 중심으로 시민단체가 운영하면 흑자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시민단체는 건전한 비판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90년대 들어 중산층에 기반을 둔 환경단체나 소비자운동 등 시민운동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했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시민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가의 기능은 점점 줄어들고 시장경제영역과 시민운동세력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발달하다보면 인간성이 무시되기 쉬운 법입니다. 행정과 의회민주주의만으로는 거대한 사회를 이끌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반핵이나 여성문제 등은 시민단체들이 해결한 좋은 본보기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시민운동은 정치권이 하는 것처럼 쟁점을 유발하고 세력을 규합해왔습니다. 전국조직만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조직은 취약합니다. 착실한 활동으로 내실을 기하기보다 전국적인 쟁점을 몰고다니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허공을 헤매고 거품이 생겼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체중을 줄이고 풀뿌리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시민운동세력이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가끔 대안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정부가 약속을 위반하면 시민단체라도 비판해야 합니다. 공론화는 시민단체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전문인력을 확보해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민운동은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지만 결국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숙원인 남북통일에 대한 비전은 무엇입니까.

『정치인이나 관료는 자신의 임기나 직책에 제한된 목표만 있습니다. 멀리보는 역할은 시민운동의 몫입니다. 통일문제에 대한 정치인의 접근은 힘겨루기에 불과하고 결국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정권유지 차원에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대북식량지원도 아무런 원칙없이 선거에 유리한 쪽으로만 끌고갑니다. 그래서는 남북화해가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길이 남북통일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동포가 굶어 죽어가는데 4자회담 등을 고집하는 것은 긴장해소에 도움이 안됩니다. 정부가 체면때문에 못하는 일이 있다면 민간단체에 넘겨야지요』

-김현철씨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5공청문회를 열어 과거의 비리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김영삼 대통령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대통령이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시민운동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은.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특정단체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시민단체육성법」을 제정하라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행정력으로만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민단체를 육성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임중의 하나입니다. 총리실에서 이 법을 제정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정덕상 기자>

□약력

▲31년 부산 출생 ▲56년 경북대 사학과졸 ▲61년 미국 유니온 신학대학원 이수 ▲65년 세계학생기독교연맹 아시아지역 담당부장 ▲74∼96년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76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91년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공동대표 ▲현재 세계YMCA연맹 프로그램자문위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사장, 방송개혁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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