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남자 신인연기상 이승훈/“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무대 설터”『기쁩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무대에 서겠습니다』
「마로윗츠 햄릿」에서 햄릿 역으로 연극부문 신인연기상을 받은 이승훈(28)씨는 요즘 유행하는 반짝 신인이 아니다. 고교 졸업 후 아리아카데미에서 연기수업을 받고 90년 극단 작은신화에 들어가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실험극과 마임까지 연기의 형태도 다양하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쏟아부은 열정과 인내가 뒤늦게 보상받은 셈이다.
그는 주인공 햄릿 역을 차분한 내면 연기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거룩하고 이지적인 존재라면, 「마로윗츠…」에서의 햄릿은 환상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무능력한 존재이다. 「황구도」 「에쿠우스」와 마임 「산 이야기」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라는 그의 꿈은 정직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연극 여자 신인연기상 오지혜/“부모 후광 벗고 홀로서기 성공”
『우리집의 3대가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지만 유난히 상복이 없어서, 저도 신인상을 못받고 지나가나 했어요. 정말 기쁩니다』
극단 차이무의 「비언소」로 뒤늦게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오지혜(29)씨는 뜻밖이라며 좋아했다. 91년 「따라지의 향연」으로 데뷔한 이후 7년만이다. 부모인 배우 오현경씨와 윤소정씨의 모습을 반반씩 닮은 오씨는 이제야 부모의 후광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탄탄한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표정이었다.
「비언소」는 공중화장실을 무대로 세상의 정신적 오물을 풍자한 코믹 드라마. 오지혜는 청소부아줌마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자신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열정적인 연기를 했다. 『공연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던 작품이었어요. 앞으로도 스태프와 배우들의 호흡이 일치하는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영화 남자 신인연기상 박신양/“인간 이중적 면모 연기하고 싶어”
영화 「유리」(감독 양윤호)는 수도승의 파행적인 득도과정에서 구원의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심오한 내용과 함께 주인공들의 짙은 정사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데뷔작에서 삭발과 알몸 연기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박신양(29)씨는 청룡영화제에 이어 백상 신인상을 타내 열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원작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이었고 대학교 동창(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인 감독의 데뷔작이어서 즐겁게 했다』는 그는 제대로 연기를 배우게 해줬던 동국대 스승과 러시아 모스크바 슈킨대학 유학시절 도와주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유리」후 TV 드라마 「사랑한다면」에서 주연을 맡은 박씨는 『기쁨과 슬픔을 가진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영화 여자 신인연기상 이은정/“생각도 못해본 뜻밖의 행운”
아직도 새내기의 풋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은정(23)씨. 영화배우로서의 이력서에 아직 『「유리」에서 누이 역』이라는 단 한 줄밖에 쓰여있지 않은 이 신인 배우가 이번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 여자연기상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의 이번 수상은 그저 기분좋은 행운만은 아니다. 작품이 워낙 난해하기 때문에 연기 감을 잡기 위해 원작 「죽음의 한 연구」를 거듭해서 읽었다. 촬영 2달 전부터는 시나리오 최종 수정작업과 함께 혹독한 연기연습과정을 거쳤다.
『생각도 못해본 뜻밖의 행운이라 그저 얼떨떨하기만 하다』며 수상소감을 밝힌 그는 아직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요즘은 졸업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무엇을 하든 학교 강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씨에게서 오히려 기본이 탄탄한 기대주의 탄생을 예감한다.
◎TV 남자 신인연기상 정흥채/“스태프들이 고생”
『임꺽정은 결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장길산, 홍길동이 완벽한 영웅이라면 임꺽정은 세상사 유혹에 넘어가 바람도 피우고, 거드름도 피우는 평범한 인물이지요. 평범한 민중으로서의 임꺽정을 그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TV 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정흥채(34)씨는 TV에서는 새내기지만 연극무대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 탄탄한 연기력과 치밀한 인물분석에 힘입어 단숨에 「정흥채=임꺽정」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유치원생 아이들까지 임꺽정을 좋아한다고 할 때가 가장 기분 좋았습니다. 하지만 3년간 고생한 임꺽정 스태프들에겐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몸무게를 27㎏이나 늘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정씨는 1개월쯤 쉰 후 손진책 연출의 연극 「허생전」에 출연할 예정이다.
◎TV 여자 신인연기상 이혜영/“연기자 변신 값진 증거”
『어렸을 때 화려한 시상식을 보고 꼭 한번 서봤으면 했던 백상예술대상을 타게 되다니 너무나 기뻐요』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이혜영(25)씨. 이번 수상은 그에 대한 가장 값진 증거다.
「바람의 아들」과 「신고합니다」에 이어 현재 출연 중인 「첫사랑」의 신자 역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세 작품 모두 한 남자만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순정파. 다소 맹한 듯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이 밉지 않다. 늦게 시작한 연기치고는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평.
현재 영화 「박대박」과 일요 아침드라마 「오늘은 왠지」에도 출연중.
『앞으로는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라며 가수의 이미지가 강해 다른 방송사에서 캐스팅을 꺼리던 자신을 기꺼이 발탁해 준 KBS측에 감사를 잊지 않았다.
◎연극 연출상 김철리/“창작극으로 첫 수상 기뻐”
『열심히 했던 작품엔 꼭 그만한 결과가 보여 기분이 좋습니다』
김철리(44)씨는 지난해 단 2편의 연극을 연출한 과작의 연출가이지만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뚜렷하다. 『작품 「뼈와 살」의 기본 주제가 삶과 죽음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맘에 들었으며 시끄럽지 않은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 「시끄럽지 않은 연극」이란 관념적이면서 언어가 중심적인 작품. 김씨는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파괴해 온 의사소통의 매개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뼈와 살」은 중견극작가 이강백씨의 신작으로 수몰된 고향에서 조부의 뼈를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주로 번역극을 많이 했던 그는 『창작극으로 처음 상을 받아 유달리 기분이 좋다』며 『검증되지 않은 신작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산의 푸근한 능선을 표현한 무대 등 시각화에 주력했다.
서강대 연극반 출신의 김씨는 졸업 후 방송사 PD로 일하다가 연극계로 돌아왔다. 90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수상자. 간혹 무대나 방송에 직접 출연도 해 아직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영화 감독상 임권택/“내가 설곳은 우리정서와 땅뿐”
백상예술대상에서 4번째 수상이다. 『회갑을 맞은 나이지만 아직도 상을 타면 기쁜 마음이 앞선다』는 임권택 감독. 특히 「축제」로 받는 이번 감독상은 감회가 남다르다.
각박한 현실, 인생을 잃어가는 사회를 되돌아보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인 효를 생각하도록 만든 영화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 그래서 임감독은 인기보다 그 가치를 잊지않는 이번 수상에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소설가 이청준씨와 함께 작업을 한 것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설과 영화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장례식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임감독은 이달초 「축제」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도쿄(동경)를 다녀왔다.
하나가 「괜찮았다」고 하면 모두 몰려가 다양성을 잃어버리는 젊은 감독들을 걱정하며 자신이 서 있을 곳은 우리의 정서와 땅 뿐이라는 임권택 감독은 요즘 다음 작품의 소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조급하지 않다.
◎TV 연출상 김홍종/‘백상’에서만 4번째 상복
60분짜리 단막극의 반향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TV부문 연출상을 차지한 KBS 「신TV문학관―길위의 날들」은 제6회 상하이TV페스티벌 최우수 감독상·심사위원 특별상을 받는 등 지난해 각종 방송관련상을 4차례나 수상한 작품.
새로 부활된 신TV문학관의 첫회인 이 드라마에서 장기수의 귀향여정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물었던 KBS TV본부의 김홍종(53) 제작위원은 원래 상복이 많은 연출가. 71년 입사 이래 11차례나 수상 경험이 있으며 백상에서도 76년, 79년, 86년에 이미 작품상·연출상을 받았다.
요란하거나 현란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인간 존재를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힘있고 정통적인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대표작은 TV문학관 「삼포가는 길」 「단독강화」 「밤주막」, 대하드라마 「토지」 등.
「길위의 날들」은 10년 만에 3일간의 휴가를 받아 세상과 가족을 만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장기수의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형식의 드라마. 10년만에 돌아온 아들을 위해 화롯불 앞에 앉아 된장국을 끓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절제와 상징의 미학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대현·최진환·박천호·황동일·김희원 기자>이대현·최진환·박천호·황동일·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