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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게시판/음란·욕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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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게시판/음란·욕설 ‘몸살’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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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악용 상대 비방도 버젓이/‘네티즌 여론형성공간’ 역할 왜곡쌍방향성 속보성 개방성을 앞세워 새로운 여론형성 공간으로 자리잡은 PC통신 게시판이 무례한 비방과 유언비어 유포, 상업적인 음란물 유통으로 얼룩지고 있어 「통신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매체와 달리 여론조작이 어렵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PC통신은 무서운 기세로 신문 방송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게시판은 정보수집과 가공의 과정을 거치는 전통매체들보다 한발 앞선 속보성으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가스폭발 등 대형사건이 벌어질때 마다 가장 빠른 뉴스를 알리며 새로운 매체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익명성을 악용한 상대비방과 유언비어의 유포에서 음란물 유통에 이르는 걸림돌 때문에 PC통신은 「차세대 매체」라는 장미빛 미래상과 함께 「버릇없는 아이들의 난장판」이라는 멍에를 벗지못하고 있다.

반말이나 욕설 등 무례한 표현은 게시판 문화를 저해하는 가장 흔한 경우다. 「재수없는 녀석」 「귀엽게 논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 따위의 표현은 다반사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은 묵살하고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겨 대화가 불가능하게 하는 「왕고집」도 문제다. 「창녀론」의 김완섭이나 「극단적 여성해방론자」 신정모라는 자신의 논리를 펴지만 남의 의견은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에 비난의 표적이 됐다.

화면 너머에 있는 동료 네티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십번씩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리는 「도배족」의 문제도 심각하다. 도배행위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통신할 맛을 뚝뚝 떨어뜨린다. 또 조회수를 올리기위한 선정적인 글도 게시판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 「여고생 알몸으로 신체검사」 「한총련은 쓰레기다」 등은 내용은 없고 제목만 그럴듯하게 붙여 조회수를 수백 수천까지 올린 대표적인 경우다.

하이텔 게시판 운영자 이정희 대리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네티즌 사이의 자정기능이 무너지고 무책임하고 저질스런 글로 게시판이 황폐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게시판 문화를 바로잡자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PC통신사들도 「이용자 초청토론(하이텔)」 「네티즌 정화운동(나우누리)」을 벌이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뢰한」과 「치한」들이 게시판에서 설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통신윤리교육이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김옥순 실장은 『지금까지 통신교육은 컴퓨터 도구사용법에 국한됐다』며 『교과과정에 통신윤리교육을 포함시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전국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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