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간병관련 건강상품도 봇물/여행·금융·실버잡지까지노령인구가 늘고 구매력이 커짐에 따라 실버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개발붐을 이루고 있는 실버타운을 비롯해 실버상품, 실버여행, 실버금융상품, 실버잡지 등 다양한 형태의 실버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유료양로원 및 요양원, 유료주택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버타운은 전국 16개소. 총정원 2,000여명에 500여명이 입주해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이 7개소로 가장 많고 강원에 「보리수 마을」 등 3개소, 충남에 「가나안 노인의 집」 등 3개소, 경남에 「가야산 실버홈」 등 3개소가 있다.
건설중이거나 개발계획이 진행중인 실버타운도 서울 신당동 「서울실버타운」과 부산 「흰돌실버타운」을 비롯해 전국 20여개소에 이른다. 운영주체는 그동안 사회복지재단이나 학교·종교단체가 주가 됐으나 최근에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한 대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이 건설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실버타운은 입주금(1인기준)이 7,000만∼2억5,000만원, 월 생활비는 무료에서 60만원까지로 기존의 실버타운에 비해 비싸다. 개인방과 부대시설이 골고루 갖춰진 호텔식이 대부분이고 세대가 완전히 독립된 콘도형 유료주택도 있다. 식당, 의료·휴게시설, 스포츠 레저시설 등을 갖추고 다양한 교육·여가선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보통 노인들이 실버타운 생활을 고려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또한 아직까지는 부모의 실버타운 입주를 꺼리는 자식들이 많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의료 및 스포츠 레저시설, 부대서비스, 교통편의, 입주조건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 보고 자식들과 상의해 알맞은 곳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실버타운과는 달리 실버상품은 아직 걸음마단계. 시중에 나와있는 실버상품은 대개 노인의 질병치료, 간병, 건강유지와 관련한 품목이 주류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고안된 목욕의자와 욕조, 배변용품, 특수침대, 주방용품을 비롯해 욕창 방지용 특수쿠션, 중풍·치매 노인을 위한 기저귀와 속옷 등이다.
휠체어 보행기 물리치료기 등 각종 재활치료 장비와 관절보호대, 혈압·염분·혈당 측정기, 전기안마기, 찜질팩 등도 인기다. 최근엔 미끄럼 방지용 노인 양말과 슬리퍼, 물없이 사용하는 샴푸와 목욕크림, 치매노인 무단외출 방지기 등 아이디어 상품도 등장했다. 실버상품 생산업체 「실버스 핸드」 장여훈 사장은 『선진국에 비해 노인의 구매력이 미약하고 노인용품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아직은 간병 및 건강용품에 국한돼 있지만 매출이 10% 가까이 신장하는 등 사업전망이 밝아 신제품 개발과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50, 60대를 겨냥한 실버여행상품도 등장했다. (주)나래투어 김흥연 영업부장은 『5박6일간 외국의 실버타운과 노인복지시설을 둘러 보며 미래설계와 관광을 겸하는 「전문실버여행」이 장·노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금융상품도 다양하다. 각 은행들은 50대 이상 실버세대를 겨냥, 「경로우대」 「실버」 「어르신」 등의 이름을 내건 정기예·적금과 노후생활 연금신탁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노인대학 무료진학, 취미활동 및 여행 지원, 건강진단 등 각종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실버세대를 위한 전문잡지도 등장했다. 월간 「골든 에이지」를 내고있는 도서출판 실버세대 곽원호 편집부장은 『기존의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노인상에서 벗어나 활기찬 노인상을 정립하고 다양한 실버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노인인구가 전체의 7%를 넘어서는 2000년에는 노인의 성과 건강문제를 다루는 전문클리닉과 노화방지 생명공학산업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복지 선진국들 ‘실버산업 천국’/연금제 정착으로 노인 구매력 높고 각종 금융·세제 혜택
노인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호주 등은 실버산업의 천국이기도 하다.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11∼18%에 이르는데다 실버산업에 대한 금융, 세제상의 혜택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제도화해 있다. 또 각종 연금제도의 정착으로 노령층의 구매력이 높아져 실버산업을 팽창시키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13%인 일본은 아직 노령층 비율이 스웨덴의 18%, 독일의 15% 등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돼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 수준인 「초고령 사회」에 이를 전망이어서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일본 실버산업은 최적의 의료·레저시설을 갖춘 실버타운으로 대표된다. 60년대초 종교단체 등 비영리법인이 실버타운 건설을 시작한 이래 전국적으로 250개 이상의 실버타운이 조성됐다. 실버타운 조성붐에는 70년대 대기업과 생명보험회사들의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실버타운은 대부분 대도시 안이나 근교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노인들만의 공동체인 동시에 도시에 사는 친지들과 접촉하기 쉬운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 일본 실버타운의 기본개념인 셈이다.
노인전용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이다. 도쿄(동경) 이다바시(반전교)에 있는 노인전용 백화점은 목욕보조장치, 미끄럼 방지용 양말 등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노인들을 위한 목욕과 청소, 방향 서비스까지 판매하고 있다. 정부가 노령자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에 대한 개발비 지원을 법제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경우 실버산업은 각주의 총생산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기후가 좋아 단독주택 형태의 노인촌이 가장 발달한 플로리다주의 경우 실버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연 65억달러(약 5조7,200억원)가 넘는다. 반면 뉴욕 등 15개주는 노령층의 전출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수입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이밖에 미국 전역에는 첨단 물리치료 및 재활장비가 갖춰진 유료양로원이 1,800개 이상 설립돼 있어 병마에 시달리는 160여만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다. 유료양로원 10곳중 8곳은 민간업자가 운영한다.
실버산업의 팽창에 대해 일부 학자들이 『노령인구를 위한 소비지향적 산업이 장차 국가 경제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할 정도이다.<이상연 기자>이상연>
◎“대통령 당선 우리손에”/노인들 정치세력화 움직임
노인단체와 학자들이 올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인복지의 질적 개선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인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부의 복지정책은 전시효과나 립서비스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노년유권자연맹, 전국노인복지협의회, 한국노인의전화,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등 「무갹출 노령연금법 제정」 운동을 펴고있는 노인단체는 『대선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느냐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노인복지에 적극적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의 전화」 서혜경 상임이사는 『노인들의 표를 끌어 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선진 각국의 선거풍토와 달리 우리나라 후보자들은 실버파워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며 『노인들의 조직력이 미약한데다 마음이 수시로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인단체는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할 경우 각 후보는 물론 책임있는 참모를 초청해 노인복지 정책에 대한 합동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또 노인복지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해 각 후보진영에 발송하고 그 내용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당선된 뒤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도 철저하게 감시해 약속을 어길 경우에는 각종 집회를 열어 압력을 행사할 방침이다.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현재 60세 이상 유권자는 450만명이 넘고 평균 50∼60%의 투표율을 보이는 청·장년층과 달리 투표율이 90%를 웃돌아 20, 30대 유권자 1,000만명과 맞먹는 결정권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노년층이 정치적으로 단결된 목소리를 낼 경우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은 유교문화에 젖은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다』며 『노인복지는 정부나 사회가 알아서 해 주고 노인들은 점잖게 앉아서 대접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복지혜택을 스스로 찾으려는 노인들의 정치적 움직임은 바람직하다』며 『아직까지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정치적 의식이 낮은데다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에 학계 여성계 종교계 등에서 노권운동을 측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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