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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명,「몸체」로 이어져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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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명,「몸체」로 이어져야(사설)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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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한보 재수사가 비로소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아픔을 겪은 끝에 다시 나선 검찰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수사 성과도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하겠다.검찰이 새삼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수사본류란 게 바로 한보에 대한 본격적 대출경위 규명이다. 이같은 본류를 두고 검찰의 김상희 수사기획관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남겨놓은 숙제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한보대출경위규명」이란 한보수사의 가장 초보적 ABC이자 수사의 전부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수사초기부터 대출경위만 축소·은폐없이 파헤쳤으면 「깃털수사」라는 오명도, 「몸체」규명을 요구하며 빚어졌던 민심이반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앞서 한보철강 인허가 의혹의 핵심으로 지적된 바 있는 박재윤 전 통산부장관과 한이헌·이석채 두 전 경제수석의 대출외압행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외면했다. 또한 부정대출의 하수인이라 할 은행장 및 은행임원들을 작의적으로 선별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리로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질 사람들이 오히려 책임을 피해가게 했던 것이다.

검찰이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한보대출경위 규명의 가닥은 크게 네가지라 하겠다. 첫째가 하수인인 은행권에 대한 배임 등 혐의의 철저한 재수사이다. 실제 부당대출압력을 받은 은행임원과 책임자들을 통해 역추적함으로써 외압의 깃털은 물론이고 상당한 수준의 중간선까지 밝혀낼 수가 있을 것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5개 은행의 31명에 대해 소환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감독기관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기대를 걸 만하다.

두번째 가닥은 직권남용혐의 등을 받았던 두 전직경제수석을 비롯, 인허가 과정 및 대출압력행사 책임선상의 청와대 및 경제부처고위인사들에 대한 수사재개일 것이다. 이들의 수사를 통해서라야 외압의 진짜 몸체에 대한 규명도 가능해진다. 사실 전직 두 경제수석의 외압행사는 김현철씨는 물론이고 청와대 직접개입 의혹마저 떠돌게 했던 것이다.

세번째는 바야흐로 총체적 국정개입과 이권챙기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현철씨와 그 인맥들에 대한 「몸체」수사이다. 박태중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가 언제 현철씨에 대한 사법적 문책으로 연결될 것인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몸체」 의혹을 검찰은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끝으로 「정태수 리스트」에 관한 것이 남는다. 정씨가 검찰에서 한보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여야정치권 등의 사람들에 관해 밝혔고 일부 명단마저 언론에 공개된 마당인데 더이상 감출 것 없이 전모를 공개하고 소환조사하는 게 마땅하다.

결국 검찰이 이제야 비로소 가닥을 잡은 한보재수사가 아닌가. 때늦은 만큼 오히려 수사강도를 높여 명쾌한 결말을 보여야 할 책임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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