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리스트·상임위 의원 특히 긴장『바람이 거세면 갈대처럼 일단 누워야지…』
국회 재경위의 한 의원이 검찰의 한보사건 재수사를 보면서 던진 넋두리이다. 그의 말처럼 정치권은 지금 납짝 엎드려있다. 재수사는 기존의 수사를 부정하는데서 출발, 필연적으로 수사범위와 처벌대상을 확대 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수부장이 경질되면서, 정치권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검찰내에는 『끝까지 가보자』는 자괴감 섞인 의지가 팽배 해있다. 그 서슬이 정치인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 무차별 사법처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1차 수사결과만으로도 정치권은 신한국당 홍인길 황병태 정재철,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 김우석 전 내무장관 등의 구속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만약 재수사에서 굵직한 여야중진이나 의원들이 또다시 걸려든다면, 정치판이 온전하게 유지될 지도 의문시되는 형국이다. 「정치권의 빅뱅」이 그저 막연한 설이나 추측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뇌관은 검찰이 1차 수사당시 확보한 「정태수 리스트」이다. 경질된 최병국 전 중수부장이 『정씨가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힌대로 「정태수 리스트」는 더이상 지어낸 뒷얘기가 아니다. 검찰은 「정치자금」으로 규정, 문제삼지 않았던 돈에 대해서도 전달경위, 대가성여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루 의원들을 소환한다는 내부방침도 정해놓고 있다. 때문에 리스트에 오르내렸던 의원들이 또다시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언론에 수천만원 수수혐의가 보도된 한 의원은 『수사결과 문제 없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 있지만 피곤한 기색이다. 특히 홍인길 의원이 법정에서 외압 행사자로 지목한 한이헌 의원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관련상위인 재경위 건교위 통산위의 일부 의원들도 『혹시』라며 불안한 기색이다. 반면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차제에 정확히 수사, 옥석을 가리자. 부정확한 정보로 정말로 개입된 자는 안전지대에 있고 애꿎은 사람이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권 수사가 그다지 확대되기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어차피 재수사는 한보사건의 「몸체」를 추적하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고, 의원들의 자금 수수는 곁가지라는 주장이다.
김현철씨의 개입여부가 초점이며, 검찰 재수사의 성패도 이를 어느정도 밝혀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억원 리베이트설」 등 현철씨 의혹부분에서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검찰은 국민여론을 고려해 역으로 정치권을 향해 보다 예리한 칼날을 겨눌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은 엄습하는 한보 재수사의 태풍에 몸을 낮추며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 보고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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