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돌 줍기 등이 학습지 보는 것보다 좋아/“교과과정 못따라갈땐 저학년 책으로 기초 다지면 자신감 생겨”21일 상오 10시30분.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교육장. 30대 어머니 10명 정도가 모여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법을 듣고 있다. 강사는 「댁의 아이, 수학 어떻습니까」라는 책을 펴낸 권영란(38·전 고려대 수학강사)씨. 이날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질문은 『학습지는 어떤 것을 고르는 것이 좋으냐』였다.
이에 대해 권씨는 『학습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굳이 시키고 싶다면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문방구나 서점에서 파는 문제집을 고르라』고 권했다. 『대개 학습지를 하다보면 자꾸 밀리는 문제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에 큰 소리가 오가고 결국 자녀들이 수학을 싫어하게까지 된다』고 권씨는 지적하고 『문제집은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배달되는 학습지보다 낫다』고 말한다.
수학을 잘 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놀이. 생활 속에서 즐겁게 수학에 접근시키는 방법을 학부모들이 놓치고 있다고 권씨는 말한다.
수학에는 창의력이 중요하므로 찰흙놀이 그림그리기를 어려서부터 많이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릴때는 콩 한 봉지를 스무 개씩 나눠보게 한다든지, 식탁에 수저를 몇 벌 놓게 하거나 책꽂이 정리를 시키면 자연스레 수개념이 익혀진다고 한다. 숫자란 무한하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해 산이나 강, 바다에서 돌을 주워 세어 보게 할 수도 있다. 숫자란 나눠도 끝이 없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해서는 길다란 실을 계속 절반으로 잘라보게 한다. 자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현미경으로 보여주어서 여전히 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권씨는 도형을 알게 하기위해서는 색종이를 잘라 방바닥에 뿌린 뒤 무슨 모양인가 살펴보게 한다거나 해와 달은 왜 둥글까, 다리의 교각은 왜 삼각형 모양일까를 물어보는 등 주위 사물의 형태에 관심을 갖게 하라고 권한다.
중·고교생들에게 수학 잘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수학 클리닉」을 쓴 원로수학자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의 지론은 『자신감을 갖고 깊게 생각하면 수학은 쉽다』는 것. 특히 『중·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에 겁을 먹고 지레 포기하기 쉬운데 이때는 초등학교때 교과서부터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면 짧은 기간안에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한다.
권씨에 따르면 수학공부의 고비는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중학교 3학년때에 온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같은 자연수의 기본연산을 배우고 6학년까지는 분수 소수 약·배수 등을 배우는 등 수에 대한 기본공부를 마친다. 중학교에 가면 수 자체가 아닌 문자로 다루는 수학을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고비마다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것을 못 익히면 다음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이때는 주저말고 저학년의 책을 꺼내들고 다시 살펴보게 하라』고 권씨는 말한다. 김교수는 『수학을 포기했던 고교 2년생이 초등학교 3∼6학년 수학 교과서를 이틀만에, 중학교 과정을 사흘만에,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2일만에 요점만 파악하는 방법으로 다시 공부한 후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대충 많이 아는 것보다 하나라도 자기 생각으로 분명히 아는 것이 수학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들려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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