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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금속공업 손톱깎이/“세계인의 손톱을 깎는다”(한국의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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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금속공업 손톱깎이/“세계인의 손톱을 깎는다”(한국의 명품)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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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한길… 100여국 수출「중소기업이 성공하는 지름길은 전문화다.」

오늘날처럼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의 좌우명이 될 법한 이 말은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 벨금속공업(주)(대표 이희평)이 내건 사훈이었다. 그리고 이회사가 선택한 「전문화」의 분야는 그 많고 많은 분야중에 「보잘 것 없는」 손톱깎이였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지 1년도 채 안되는 54년 5월의 일이다. 이사장은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얼굴생김새나 피부색깔은 달라도 손톱모양은 비슷할 터이고, 손톱을 깎는 방법 역시 모두 같지 않겠는가』라는 순수한 생각으로 창업을 했다고 회고한다.

초창기에는 손톱깎이를 만들 기계조차 없어 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드럼통을 조각조각 잘라내 용접을 하고 다듬이질을 해 프레스기나 날연마기 등 제조기계부터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업무였다. 이런 기계로 만들어낸 손톱깎이들은 모양도 볼품없이 크고 품질도 형편없었지만, 일본산 「쓰메끼리」가 판을 치던 당시, 많은 국민들에게 「국산」이라는 그 자체로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손톱깎이 전문업체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벨금속은 한때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두어개 후발업체들이 새로 등장했으나 모두 벨금속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독립하여 창업한 것이다.

벨금속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71년. 수출하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벨금속은 처음부터 「벨(BELL)」이라는 독자브랜드로 수출을 시도했다. 이사장은 『카세트하면 일본의 전자회사를 떠올리듯이 손톱깎이 하면 한국기업부터 떠올리도록 하기위해 처음부터 우리상표로 수출을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한 수출이 지금은 미국 유럽 동남아 남미 등 세계 100여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93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 95년의 780만달러에 비해 19.2%의 높은 성장을 기록한 벨금속은 올해에는 지난해 보다 29.0% 늘어난 1,2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작고 보잘 것없어 보이지만 손톱깎이는 어느 품목 못지않게 종합적인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이다. 금형 용접 프레스 도장 도금 열처리 등 10여개의 공정을 거쳐야 하며 어느 공정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손톱깎이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의 강도와 절삭력을 좌우하는 열처리공정에 관한 한 벨금속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중국제가 저가전략으로 세계시장을 휩쓸어도 손톱깎이 시장에 함부로 침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열처리기술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현재 100% 자기상표 수출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벨금속도 87년무렵 회사사정이 어려워 미국의 유명사에 OEM방식으로 납품을 한적이 있다. 하지만 이사장은 『바이어의 무리한 가격요구와 횡포로 거래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때의 뼈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모든 수출은 우리독자상표로 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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