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Philippine Daily Inquirer 3월23일자황장엽의 체류는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웠던 필리핀의 과거를 감안할 때 보안에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과거 아키노정부 하에서 쿠데타 음모는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 정부가 대비할 여유를 줌으로써 정권유지를 가능하게 했다.
황의 망명으로 중국은 남북한과 미묘한 외교적 협상을 해야했으며 북한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제3국에 체류하게 하기로 했다. 한국이 필리핀을 제의하자 중국은 이를 수락했고 북한은 반대하지 않았다.
필리핀이 선정된 것은 지정학적 이유에서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와 북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교차로의 완충지대에 위치해 있고 대만해협이나 한반도와 같은 잠재적인 발화지역에서 가깝다. 필리핀의 전략적·외교적 이점은 미국이 근 반세기 동안 수빅만에 해군기지를 두었고 수빅만에서의 철수가 미국에 상당한 전략적 손실을 끼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필리핀은 그 전략적 위치로 인해 16세기 스페인의 정복 전에 이미 아시아지역에서 중요한 무역 중심지로 자리잡아, 몽골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 비잔틴을 잇는 아시아 비단길의 해로 연결점이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황의 망명과 관련, 중국과 남북한의 곤란한 입장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필리핀 정부는 황의 체류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과 협의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황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북한과 김정일 정권내부의 혼란에 대해 한국정부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한 필리핀 관리는 『필리핀은 황과 관련된 남북한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필리핀의 역할은 교착상태를 풀기위한 편의제공과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있는 중국을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 망명은 새 중국지도부에게는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후 리더십을 시험하는 첫번째 도전이 될 것이며, 중국이 남북한 간의 정직한 중재자로서 한반도에 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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