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비아 입국 암구호는 “동아건설”(초국경 경영시대:1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비아 입국 암구호는 “동아건설”(초국경 경영시대:13)

입력
1997.03.25 00:00
0 0

◎현지발음 ‘동가’ 깐깐한 국경검문 면제/사막을 옥토로 바꿔준 대수로공사/작년말 3단계사업 51억불도 수주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북쪽으로 지중해를 따라 300여㎞ 떨어진 튀니지국경 검문소. 리비아에 들어가려면 리비아와 인접해있는 튀니지나 이집트에서 육로로 국경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엔의 경제제재로 리비아에는 국제선 항공기운항이 완전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국경통과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반미구호와 포스터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나붙어있는 이곳에 도착하면 입국자들의 미국달러소지여부, 주류(리비아는 회교국가로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음), 고가의 서구제품 등에 대한 「수색」이 시작되고 적발된 물품은 가차없이 압수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단어가 하나있다.

「동가」. 「DONG―A」에 대한 리비아식 발음이다. 국경검문소에서 동아건설을 뜻하는 「동가」를 외치면 입국절차가 간소화되는 특혜를 입을 수 있다. 검문절차가 대폭 생략되고 감사의 뜻이 배어있는 악수까지 받게된다.

리비아의 사막불모지를 옥토로 바꾸고있는 동아건설의 리비아대수로공사 덕분이다.

리비아내에서도 「동가」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수있다. 동아건설 마크가 새겨진 차량을 타고 거리를 지나면 행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동가」를 외쳐댄다.

동아건설직원들과 제3국 근로자들이 생활하는 트리폴리의 캠프는 우리가 오래전 미군기지를 기웃거린 것처럼 리비아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리비아국민들은 코리아라는 말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동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유명사로 굳어져 있다.

리비아대수로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리비아인은 200여명. 트리폴리사무소에서 일하는 리비아 여직원은 『친구들은 동가에 근무하는 나를 영웅이라고 부른다』며 얼굴을 붉혔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대수로사업을 한치의 오차없이 수행하고 있는 동아건설의 존재는 그들에겐 최고의 가치가 부여되는 「물」과 같다.

대수로공사의 출발은 84년 1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업체들을 따돌리고 사업권을 따낸 동아건설이 대역사에 나선지 13년. 『사막을 옥토로 바꾸려는 리비아인의 오랜 소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리비아 국가지도자 가다피의 찬사처럼 리비아의 끝없는 사막을 녹색으로 단장하고 있다.

대수로공사현장을 찾으면 왜소하다는 느낌이 먼저 와닿는다. 동아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콘크리트관은 직경 4m, 무게 75톤, 길이가 7.5m에 달한다. 공사현장에서는 콘크리트관을 임시막사로 사용할만큼 초대형이다. 동아건설은 이 대형관을 리비아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대형트럭으로 공사현장에 옮겨 수천㎞에 걸쳐 매설하고 있다.

리비아 서남쪽 쿠프라의 우물지역에서 나오는 물을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 지역까지 보내기 위해 84년부터 1,874㎞에 걸쳐 전개된 1단계공사는 91년 8월 「누수율 0%」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리비아동남부 자발하수나 취수장의 물을 수도인 트리폴리지역에 보내기 위해 90년 6월부터 시작된 2단계공사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지난해 9월에는 가다피국가지도자와 30여개국의 국가원수급인사와 200여명의 각국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트리폴리통수식이 열렸다.

1,670㎞를 달려온 물줄기가 트리폴리인근 저수조에 쏟아져 나오자 수백명의 트리폴리시민들이 환호성과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들면서 수십명이 익사위기에 처해 구조요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리비아대수로공사는 각종 기록의 산실이다. 1·2단계는 99억달러, 3단계공사가 완료되면 총 153억달러가 투입돼 투자비면에서 토목공사로는 단연 세계 최대규모이다. 3단계까지의 관매설 연장은 총 4,812㎞로 경부고속도로(428㎞) 총연장의 11.2배. 때문에 차량으로 대수로를 일주하려면 2박3일은 꼬박 걸린다.

대수로공사를 위해 채취한 골재량은 2,210만톤으로 그 부피가 63빌딩의 17배에 해당하고, 투입된 콘크리트를 국내에 반입할 경우 분당신도시를 2개나 더 건설할 수있다.

이처럼 상상을 넘어서는 물량이 투입되는 대수로공사 1·2단계가 완료되면 리비아는 전국토(175만9,540㎢)의 70%가 옥토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말 51억달러규모의 3단계공사 발주도 리비아측으로부터 확약받은 동아그룹은 제2의 리비아신화를 만들기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트리폴리=김동영 기자>

◎중동건설 제2특수 다가온다/중동·북아지역 10여개국 초국경 SOC건설사업/올 수주액 10억불 넘을듯

제2의 중동특수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70년대 중반부터 우리 건설업계 해외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만큼 큰 역할을 했던 중동건설특수는 80년대 중반이후 퇴조하기 시작했으나 최근 중동지역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범국경사회간접자본투자계획」이 조만간 우리 건설업체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 10여개국으로 94년 출범한 「중동-북아프리카 경제정상회의」는 중동지역 전체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직결돼 있는 도로 전력 수로 등 건설사업을 초국경사업으로 펼쳐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3차회의에서 이들 국가들은 우선 관광도로를 조기에 개설하고 투자재원 조달창구로 중동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해외건설협회의 신상기 지역3실장은 『중동의 정정이 아직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경제의 블럭화가 심화하면서 중동지역 국가들도 경제공동전선 구축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곧 엄청난 물량의 다국적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건설업체들의 중동지역 건설사업 수주물량은 81년 127억달러로 최고조를 이룬 이후 퇴조하기 시작, 92년에는 5억7,000만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중동지역 발주물량이 급속히 줄어든 것은 유가하락 때문에 대부분 중동지역 국가들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 불요불급한 시설 이외에는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은 여전히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 업체들도 대부분 이들 4개국을 주요 무대로 삼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건설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는 동아건설 현대건설 대림건설 대우건설 등 20여개 업체로 지난해 총 9억4,8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으며 올해에는 10억달러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정규 기자>

◎인터뷰/동아건설 정진삼 해외담당사장/리비아 출장 100여회 누수율 0% 명성/“요르단에서도 대수로 공사요청”

동아건설 정진삼(54) 해외담당사장. 그에겐 리비아가 제2의 고향이다. 서울보다 리비아사막이 훨씬 낯익을 정도다.

「동아맨」으로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그가 리비아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83년부터. 그후 대수로공사를 주도해온 14년 세월의 3분의 1을 리비아에서 현지직원들과 고락을 함께했다. 리비아출장만도 100여차례나 다녀왔다.

『콘크리트관을 생산한 직후, 관을 운반하기 전과 후, 매설직전, 매설후 등 모든 과정에서 품질검사가 이루어집니다. 각과정마다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하고 있기 때문에 「대충 대충공사」는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정사장은 서구의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도 불가사의라고 인정하는 누수율 0%의 비결은 쉼없는 품질검사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러나 국내현장에서는 ISO 등의 공사규정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할뿐 비현실적인 공사비, 근로자 등의 대충주의 등으로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기때문에 좋지않은 결과가 종종 발생한다』고 국내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리비아 현지소장으로 근무하던 94년 대수로공사중 처음으로 관을 매설한 직후 물이 새나와 모든 공사현장이 발칵 뒤집히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적이 있다』면서 『불량시공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장사장은 요즘 제2의 리비아신화를 기획하고 있다. 리비아 인근 요르단의 요청에 따라 460㎞에 달하는 요르단 대수로공사에 단독참여키로 방침을 정하고 세계은행 등과 자금조달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르면 올하반기부터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집트 등도 동아건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정사장의 더 큰 꿈도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김동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