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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관계자 배임죄 적용 검토/한보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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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관계자 배임죄 적용 검토/한보 재수사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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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평가 안거친 담보 수두룩/사업계획 검토없이 대출 “고의성”에 초점/재경원·은감원 묵인·개입도 조사신임 심재륜 대검중수부장이 24일 부임함에 따라 한보 및 김현철씨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다시 활력을 띨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보 재수사와 관련, 은행감독원의 특검결과를 토대로 은행대출의 문제점을 파헤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1차 수사가 한보 의혹사건에 대한 다소 과열된 여론을 의식해 대출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비리혐의를 밝혀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데 무게를 두었다면, 재수사는 대출과정의 문제점을 찾아내 1차수사에 살을 붙이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를 좀 설득력있게 규명해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검찰은 한보철강의 사업성이나 대출금 상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수천억원씩 대출해준 은행관계자들을 형법상 배임죄(제355조)로 사법처리하기 위해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긍정적인 답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죄의 범죄구성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례도 은행의 손해를 예상하고도 대출을 해줬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하고 있어 지금까지 은행대출과 관련해 배임죄로 처벌받은 예는 많지 않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은감원의 특검결과와 은행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은감원 특검결과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은행들이 한보철강의 사업계획이나 상환능력을 충분히 심사하지 않고 수천억원을 대출한 부분이다.

은감원 특검결과에 따르면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사업은 당초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기초로 계획적으로 추진된 게 아니라 90년 12월부터 97년 1월까지 무려 9차례나 사업계획을 수시로 변경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채 한보철강의 편의위주로 자금지원을 해줬다. 은행들은 또 한보철강측의 실효성 없는 자금조달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여 투자계획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하지않는 등 대출과정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담보물도 전체의 37%만 외부기관인 한국감정원의 평가를 받고 나머지 63%는 준공검사가 안됐거나 감정절차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평가만 한뒤 대출을 해줬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해당업무 취급라인에 있었던 5개 은행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우선소환 대상은 은감원 특검에서 적발된 임직원 25명과 실무자 6명 등 31명으로 이중 일부의 사법처리가 예상된다.

검찰은 이와함께 은행들이 무리한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 은감원과 재경원 관계자들의 묵인 또는 적극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대출압력 사실이 드러난 한이헌·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재경원이나 은감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최종 관심은 이같은 조사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추가 비위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특혜대출의 배후를 찾는데 있기 때문에 수사의 향방을 지켜보며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관계자는 『관계자들을 소환하기에 앞서 충분한 자료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해 수사가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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