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환경장관 대 그린피스 회장 논쟁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독일 환경장관 앙겔라 메르켈(42·여)과 그린피스 회장 필로 보데(50)의 대담내용을 소개했다. 이달초 당국은 경찰을 동원, 주민들의 육탄저지를 뚫고 핵폐기물을 임시저장소로 수송하는 작전을 강행한 바 있어 두 사람의 논쟁은 당국과 운동단체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메르켈=그린피스는 훌륭한 일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오존 때문에 암환자가 늘었다는 등의 주장은 곤란합니다. 특히 철로 주변에 제초제를 뿌리지 못하게 하려고 역을 점거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목표뿐 아니라 수단도 중요합니다. 역 점거와 열차운행 방해는 규정위반입니다.
보데=우리를 민주주의의 매장자라고 비난하자는 겁니까. 규정위반이 반드시 불법은 아닙니다. 그린피스는 독일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없어요.
메르켈=당신들은 시민불복종을 촉구함으로써 합법성의 한계지점까지 치닫기도 합니다. 반면에 나는 선출직 정치인으로서 다수를 대변합니다.
보데=그래서 다수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전정책을 거친 폭력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메르켈=거친 폭력이라니요. 시민은 법규를 준수하고, 당국은 이를 집행해야 합니다. 시위는 폭력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정의와 법을 집행한 것이고 4년마다 선거를 통해 다수의 의사를 반영합니다. 그린피스가 현행규정을 위반하는 권리는 어디서 얻는 것입니까.
보데=정치가 무능력할 경우 타당한 환경권을 관철시켜야 합니다. 생존 토대의 보호라는 고차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지요.
메르켈=잘못된 생각입니다. 카스토르(핵폐기물 보관 특수용기)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알프스산맥 공기중의 방사능보다 적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불안을 선동하는 거죠.
보데=우리는 인간생존의 문제에 관한 한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한 것입니다.
메르켈=당국의 원칙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연대감이 거의 없으며 이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경제부와 경제단체, 사회부와 노조, 교통부와 자동차제조업자들은 넓은 연대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데=우리는 당신이 미래세대의 삶의 토대를 현실적으로 보장해주는 정책을 펴지 않는한 연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환경은 위축됩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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