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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옥 작가·잡지 「HIM」 발행인(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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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옥 작가·잡지 「HIM」 발행인(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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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고 싶어하는 사춘기 감정·행동들 이해하려고 노력”아이를 둘이나 키웠지만 남다른 교육방침을 정해놓은 것은 없었다. 이미 성년이 다 된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아이들이 자란 만큼 어머니란 입장과 역할이 성숙해왔음을 깨닫는다. 이제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정말 잘 키울 것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나 사람에 대한 사랑을 미처 깨닫기 전이었으므로 다만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그때그때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 있을 뿐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내가 아이들과 같은 그 나이 때 어떤 감정이었으며 무슨 행동을 하려했나 하는 것을 되돌아보며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교복을 유난히 입기 싫어하던 딸 아이는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 토요일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교복을 입지 않으려는 궁리를 했다. 아이는 새벽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욕을 하고 머리단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교복 상의에 교복 스커트대신 다른 치마를 입고 학생부선생님이 교문에 서서 용모검사를 하기 전에 등교하면 걸릴 염려도 없고 또 의자에 앉아 있으면 스커트가 보이지 않을 것이니 들킬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난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무언가 남과 다르기를 원하고 또 자기만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도 그 나이 때 그랬으니까. 나는 아이처럼 머리를 굴려 방법을 찾지도 못한 채 학교 다니기가 싫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른 것은 모두 학교규칙을 따르고 단 하나 양말만 네 마음대로 신으면 어떻겠니? 네가 이제까지 모범생으로 선생님께 인식되어 있으니 아마 그 정도는 묵인해 주실 게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양말 하나만은 요샛말로 튀는 것을 신기로 했다. 알록달록 꽃무늬가 있는 것에서부터 뒷꿈치에 방울이 달린 것까지 나는 정말 미친듯이 예쁜 양말을 사들였고 아이는 하루하루 새 양말을 신는 재미를 누렸던 듯 하다. 그리고 다행히 단 한 번도 선생님께 걸려 야단을 맞은 적이 없었다. 아이는 양말 하나로 숨통을 튼 셈이었다. 그때 아이가 한 번 신고 벗어둔 양말이 그득하여 지금까지도 쉬는 날 내가 집에서 신는다. 죽을 때까지 신어도 다 못 신을 것 같이 아직도 양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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