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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당진·해남 학도래지(사라진 천연기념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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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당진·해남 학도래지(사라진 천연기념물:9)

입력
199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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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에 학도 잃고… 산천도 잃고…고 이범선씨가 57년 발표한 소설 「학마을 사람들」은 좌우익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지고지순한 학의 상징성을 빌려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와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이 작품에서 처럼 학(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은 예부터 우리의 삶과 호흡을 함께 해온 서조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산업화로 비롯된 환경오염과 농약남용으로 이제는 우리의 곁에서 멀어졌을 뿐아니라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충남의 당진(천연기념물 제17호), 서산(〃제100호), 예산삽교(〃제121호)와 전남의 해남학도래지(〃제54호)는 60년대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수의 학이 둥지를 틀곤했다. 평야와 늪, 호수 등이 펼쳐진 이들 지역은 학의 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역천유역을 중심으로 한 당진학도래지(당진읍, 정미면, 고대면)의 광활한 유휴지는 개간사업에 따라 논으로 바뀌면서 점차 도래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됐다. 서산학도래지(인지면, 해미면)는 원래 대교천과 청지천 두 하천이 천수만으로 흘러드는 곳에 위치했는데 풍부한 담수어와 해수어는 학의 좋은 먹이가 됐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하천의 오염과 간척사업으로 학의 도래가 끊겼다. 특히 해남은 한반도 서남단에 있는 학의 마지막 기착지였다. 4곳의 학도래지는 보호받을 가치를 잃으면서 70년대를 전후로 차례로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세계적으로 학의 번식지는 일본의 홋카이도(북해도)와 러시아 시베리아의 칸카호반 두 곳뿐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개체수도 500마리 안팎으로 추정되는 희귀조이다. 학은 우리의 정서와 가장 가까운 조류의 하나로 한 세대전만해도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다. 우아한 자태, 고고한 기품, 평생 해로하는 부부애, 대쪽같은 정절로 상징되는 학의 품격은 베갯모를 장식하는 으뜸 소재로 여인네들의 사랑을 받았다. 십장생의 하나이기도 한 학의 장수는 고고한 삶을 상징한다.<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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