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소환 ‘명단확보용’ 분석도한보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정치권에도 다시 손을 댈 것인가. 최병국 전 중수부장이 『한보측이 4·11총선과 6·27지방선거 당시 여야 후보 7, 8명에게 선거자금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힘에 따라 검찰의 정치권수사 재개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최 전중수부장의 발언내용은 그다지 「신선한」 내용은 아니다. 한보수사 당시에도 한보의 「정치권커넥션」은 도마 위에 올랐고 정태수 총회장이 십수명의 정치인에게 수천만원씩 선거자금을 준 사실도 검찰간부들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최 전중수부장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21일 중수부장 경질이후 「초강경」기조로 돌아선 검찰내부의 격앙된 분위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검사장이 후임 심재륜 중수부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1차수사의 미진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고, 새 수사팀의 정치권 재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과 1차수사 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해명성 발언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검찰이 정총회장에게서 받아놓은 정치인명단은 거의 묻혀진 상태다.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더 이상 확인을 하지 않았다. 정총회장의 말을 그대로 인정, 순수한 선거자금인지 여부는 따져보지조차 않은 상태인 것. 그러나 검찰은 1차수사에서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이나 김우석 전 내무장관 등이 정치자금 주장을 했지만 결국 수뢰죄로 기소했다. 검찰이 자금수수시기와 전달당시의 상황 등을 정밀조사하면 선거자금이 「정치보험료」나 청탁조의 「뇌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보 재수사의 타깃이 은행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재수사 명분으로 삼은 은행감독원의 특검결과가 사실상 검찰이 수사도중 파악한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할 정도로 신통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금수수가 드러나지 않아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던 은행장들을 「업무상 배임」으로 옭아 넣으며 은행권을 상대로 압력을 넣은 정치인과 상급부서 고위간부들의 명단을 다시 작성해 수사단서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긴 하나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수사관계자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대출과 인허가과정을 정밀추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권이나 공무원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물론 검찰의 정치권 재수사는 국정조사정국과 「개인적인 선거자금 수수 처벌불가」라는 법률적 장벽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이같은 상황 탓에 『정치권수사에 대한 최종판단은 신임 중수부장의 의중에 달렸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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