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an Francisco Examiner 3월20일자북한의 최고위급 망명자 황장엽이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자리를 옮겨 멀지않아 한국으로 가게 된 것은 몇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다.
황의 방랑의 마지막 장이 어떻게 쓰여질지는 알 수 없으나―악명높은 북한 테러집단이 황의 안전한 서울 도착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이념을 창시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최고 이론가가 이 스탈린주의 국가를 버렸다는 사실은 북한의 멸망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그가 베이징(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후 중국이 그가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신속히 보내기로 결정한 사실도 맥을 같이 한다.
계속 심화하고 있는 북한의 고립, 게다가 이 나라의 군사적 백일몽을 지지할 뜻을 보이는 강력한 공산 맹방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그들의 헛된 대남침공 가능성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다. 북한이 50년 한국 침공때 중공으로부터 「의용군」병력 지원을, 소련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았던 사실이 지금은 고대사의 한 각주처럼 느껴진다.
사망한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의 아들인 김정일의 평양정권은 지금 극심한 식량난과 빈사상태의 경제를 소생시키기에도 힘이 벅차다. 황이 서울에 제공할 북한 내부에 관한 정보는 그의 손실이 평양지도층에 미친 파장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위협을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도 이제 끝났다. 북한은 지금 시대착오적인 국영경제 체제를 바꾸어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고 있는 시장지향적인 정책의 일부를 수용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 군사력과 북한 군사력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뚫을 수 없는 DMZ를 해체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남북한간 화해이다. 황은 이 목표에 하나의 관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고립은 죽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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