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K」 증인출석 막아야”/“DJ부자도 채택” 거론/사조직 동원 언론 등 4개분야 대처… 실행엔 못옮긴듯(주)심우 대표 박태중(38)씨 등 김현철씨 측근들이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 대책을 정리한 비밀문건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박씨가 사는 우면동 대림아파트의 쓰레기통에서 갈기갈기 찢어진 채 23일 발견된 문건은 두개. 하나는 「국조특위 증인채택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라는 A4용지 5장분량의 보고서이며 다른 하나는 현철씨에 대한 청문회출석 요구 움직임에 대한 측근들의 개별임무를 요약한 메모지 한 장이다.
보고서는 정부내 어떤 공식 직책도 갖지않은 사람들이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내용이 담겨있다. 일례로 야당이 현철씨 문제를 계속 거론할 경우 『우리도 DJ부자와 JP에 대해 모든 설을 총동원, 폭로전으로 나가 김대중 총재와 김홍일 의원도 증인으로 채택되게 하자』며 여야간의 정쟁으로 현철씨에게 쏠린 세간의 의혹을 해소하자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들은 현철씨를 K씨로 지칭, 『K가 특위증인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대선에까지 부담이 된다는 내부주장에 대한 반박논리가 필요하다』, 『K와 BH(청와대)가 전면에 나서서는 안되며 당이 나서도록 해야한다』, 『신한국당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K의 청문회출석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청문회출석을 앞둔 현철씨측이 자구수단으로 마련한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평소 국정개입의혹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씨가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는 향후 정국과 관련해 정치권, 언론계, 학계, 해외 등 4개 분야별로 나누어 현철씨 측근들로 알려진 인사들이 각각 책임을 지고 대처토록 하는 내용이다. 매주 화·목요일에 정기모임을 가질 것을 시사하는 내용도 적혀 있다.
이 문건들은 언제 작성됐을까. 현철씨의 연합텔레비전뉴스(YTN) 인사개입의혹이 폭로된 것이 10일이고 현철씨가 청문회출석 등을 포함한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시점이 18일인 점을 감안할 때 보고서의 경우 대략 10일 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이 현철씨의 청문회출석을 강력히 요구하고 여권내에서도 정국수습을 위해 수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던 때였다. 현철씨측은 그러나 YTN 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다른 비리의혹이 잇달아 터져 이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모는 「박경식」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점으로 미뤄 10일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철씨측은 박씨 집과 회사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직면하자 보안유출을 우려, 이 문건을 급하게 파기한 것같다. 현철씨측이 사태수습 책임자중 한 명으로 거론한 Y씨는 23일 『문제의 문서를 작성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수습당사자로 거명된 인사중 2명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관련설을 부인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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