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변론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는 BC 70년 시실리아 총독의 임기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온 웰레스를 소추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에게 부여된 기간은 110일이었다. 그는 이 기간에 웰레스총독의 비행을 샅샅이 조사해 재판에 회부, 그를 실각시키는데 성공한다.BC 73∼71년까지 시실리아총독으로 근무한 웰레스는 로마시대 대표적인 악덕총독이었다. 사복을 채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악랄한 징세인들이 그의 끄나풀로서 횡행했고, 이에 따라 농업이 황폐해지고 주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키케로는 110일중 처음 60일간은 로마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로마에 도피해 나온 시실리아 주민들을 만나는 등 정력적으로 움직였다. 나머지 50일동안은 시실리아에 들어가 현지조사를 했다. 자료가 있거나 웰레스의 악정에 대해 증언을 해줄 사람이 있으면 섬이 좁다는 듯이 구석구석을 헤맸다.
그가 조사를 하는 동안 웰레스의 방해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항상 암살 위협이 뒤따랐고 시실리아에 가고 오는 동안 해적의 습격도 무서웠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조사했다. 조사자료가 얼마나 완벽했던지 키케로의 웰레스 소추문, 즉 탄핵연설은 오늘날 로마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보사태국정조사가 21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조사는 증인의 숫자도 많지만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증인으로 출두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국민들은 한보사태는 물론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있는 그대로 규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위원들도 국민들의 이같은 여망을 인식,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기위주의 발언이나 호통식 질문으로 본질을 흐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사실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근거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빈틈없는 질문도 해야 한다. 국정조사는 키케로의 탄핵연설처럼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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