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개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과소비 억제운동은 유례없는 무역수지 적자와 경제난이 주는 위기감 때문에 대기업과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절약운동이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로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이래라 저래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EU측이 이 운동에 한국정부가 개입됐다며 정부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민간단체들의 과소비 추방운동을 「부당한 수입억제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제난을 풀기위해 실용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건전한 소비문화를 지향하는 국민적 노력은 국제규범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검소한 선진국민의 생활태도를 본받고자 민간단체들이 과소비 추방운동을 펼치는 것은 국제적으로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미국측은 최근 우리정부의 유학생 관리강화와 대기업의 소비재 수입중단은 물론 자동차 통신 등 개별산업부문의 시장개방까지 닥치는대로 트집을 잡고 무차별적 통상압력을 행사하는 등 사실상의 내정간섭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간 미국이 우리 정부가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벌이고 있는 「에너지 절약운동」도 문제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는 237억달러로 그중 대미 무역적자는 116억달러를 넘었다. 사치성 수입억제를 통한 무역수지 적자축소는 미국으로선 수출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이지만 한국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한국경제가 무너지면 미국은 큰 시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개별품목의 수입억제나 소비절약운동을 기업이나 국민에게 지시하거나 벌일 상황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다는 것을 미국과 EU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미국과 EU가 이 운동을 한국정부가 수입억제를 위해 펼치는 캠페인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기화로 쌍무적 통상협상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가을 자국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제품의 사용을 유도하고 자국기업에 대한 애국심을 자극, 미국상품 판매를 확대할 목적으로 「국산품 애용촉진법」을 만든 바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례없는 「미국식 법」을 만들었던 자신들의 문제는 뒤로 한 채 우리 민간단체의 과소비 억제운동을 문제삼는 태도는 우리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이다. 미국과 EU가 계속적으로 통상압력을 행사할 경우 해당국 제품의 불매운동 등 강력한 조치가 민간차원에서 보다 자발적으로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EU의 부당한 통상압력에 좀더 당당한 자세로 임해 이치에 닿지않고 원칙에 어긋난 압력에는 단연코 「노」라고 말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 유명상표가 아니면 사지않는 천박한 과소비는 엄청난 외채증가와 경제강국에 의한 경제지배라는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인식, 한국인의 자존심을 찾는데 힘을 모을 때다.<국회통상산업위원>국회통상산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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