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계약서 취소후 금액 부풀려 새 계약/단기간내 성사 ‘심증’김현철씨를 대리하여 한보철강 설비도입 과정에 개입, 2,00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태중씨는 한보와 무슨 인연을 가진 것일까. 또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시설장비를 들여오면서 제3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계약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박태중씨의 리베이트 수수의혹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한보―김현철커넥션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현철씨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박태중씨가 한보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다.
한보관계자들은 일단 박씨가 설비도입과정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되자 한보철강 직원들은 박씨의 이름조차 들어본 일이 없었다며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한보철강 관계자는 『93년에 독일 SMS사의 열연설비 도입이나, 고베제강에서 시설을 도입할 때 모두 당시 홍태선 한보철강 사장의 이름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더라도 박씨는 그동안 철강업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인물이다. 철강무역을 전담하는 무역업을 했다거나, 철강전문가도 아니면서 그가 대규모 철강시설도입 계약을 했었다는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이면계약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박씨가 계약자로 활동했다면 『기업활동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노린 행동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설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검은 거래가 있었다는 흔적이나 증언은 적지 않은 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보철강 사람들로부터 「설비도입 최초 계약서가 특별한 설명도 없이 취소되고 최초 계약보다 도입금액이 부풀려진 새로운 계약서가 내려와 처리한 일이 자주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미니밀 등 신기술을 채용한 대규모 철강시설 도입이 단기간에 이루어진 점도 계약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 SMS사에서 들여온 열연설비와 고베제강에서 사온 봉강설비는 93년에 처음 한보철강 당진공장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규모 철강설비를 도입할 때도 기술자와 철강전문가들로 사업팀을 구성, ▲시설장비 선정 ▲외국의 가동현황 점검 ▲시설도입후 문제점 판단 ▲사업성 등 여러 부문을 검토하는데만 1∼2년이 걸린다. 협상과 계약성사를 거쳐 실제 설비를 들여와 갖추기까지는 또 1년 남짓이 걸리는게 상례이다.
한보철강 설비도입의 경우 93년 설치가 시작된 것으로 따지면 일러도 90, 91년에 사업검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때는 한보철강이 당진군에 100만평의 제철소 부지매립공사를 막 시작한 때여서 설비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울 때라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이다. 이 대목은 특히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이 『박씨가 국내 철강설비전문가에게 돈을 만들기 위해 철강설비도입을 택했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밝혀 의혹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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