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흔적 지우기 잰걸음『7월1일 이후 「리펑(이붕) 타도」를 외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될 것이다. 6월30일까지 「영국여왕 물러가라」는 구호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홍콩특별행정구(SAR)의 첫 율정사(법무부장관)로 내정된 양아이스(양애시·여·57)가 밝힌대로 이제 홍콩에서 「리펑 타도」를 외칠 수 있는 날도 23일 현재 100일밖에 남지 않았다. 6월30일 저녁부터 역사적인 주권이양식이 거행될 완차이 컨벤션센터 신관 건물은 이미 웅장한 외관을 드러내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빅토리아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센트럴지역에 세워지고 있는 중국외교부의 20동짜리 홍콩 판사처(사무실이란 의미) 건물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7월1일 빅토리아항에 진입할 인민해방군 소속 홍콩 주둔 해군함정 13척은 이미 3월17일부터 홍콩 인근 산터우(산두)항에 기항, 입항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SAR의 임시입법회도 이달 초 홍콩사무소를 열고 현행 입법국을 대체하는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홍콩인수와 동시에 현행입법국의 기능을 정지시키기로 한 중국측은 97, 98회계연도의 예산심의 등을 위해 7월1일 새벽 임시입법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주권이양 후 홍콩을 이끌어갈 특별행정구의 초대 행정수반 둥젠화(동건화)는 지난달 20일 초대내각 각료 23명의 인선을 마무리짓고 홍콩정청의 행정업무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의 탈식민화 작업도 한창이다. 영국 여왕의 동상이 곳곳에서 철거되기 시작됐고 여왕얼굴 사진이 들어있는 「여왕우표」도 올들어 발행이 중단됐다. 현행 교과서 전반에 걸친 식민지 사관의 정리작업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다음 학기부터 사용될 교과서에는 홍콩이 「난징(남경)조약에 의해 영국에 할양된 것」이 아니라 「영국군의 침략전쟁으로 강제로 점령됐다」고 기술된다. 홍콩정청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300여명의 영국인 공무원들은 주권이양일전에 모두 공직을 떠나게 돼 있다. 영국인들에 대해서만 주어졌던 1년간의 「무비자」체류기간은 4월부터는 6개월로 단축된다.
주권이양을 100일 앞둔 홍콩시민들의 표정에서 불안함을 읽기는 어렵다. 여론조사기관인 아시안 커머셜 리서치가 최근 조사한 조사에서는 『6월30일 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겠느냐』는 질문에 66%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수치는 1년전보다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홍콩시민들은 올들어 주권이양보다는 오히려 부동산투기와 우표수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월에 분양된 주룽(구룡)의 한 고급아파트는 40대 1이 넘는 경쟁률속에 당첨권이 100만홍콩달러(1억1,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기도 했고 「여왕우표」의 마지막 재고 판매가 시작된 19일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전날 저녁부터 우체국앞에서 밤샘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 패튼은 최근 입법국 답변에서 「롤스로이스론」을 토로했다. 홍콩을 정치·제도적으로 아주 훌륭한 「롤스로이스」에 비유하면서 인수측이 그저 열쇠를 꼽고 시동만 걸면 되는데 엔진과 브레이크, 클러치를 검사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중국이 인수한 롤스로이스를 어디로 몰고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홍콩=박정태 기자>홍콩=박정태>
□홍콩의 근대사와 주권이양 관련 주요 일지
▲1841.6=1차 아편전쟁 발발
▲1842.8=청 정부, 난징(남경)조약으로 홍콩섬 영국에 할양
▲1860.=2차 아편전쟁과 베이징(북경)조약으로 주룽(구룡)반도 영구할양
▲1898.7=의화단사건으로 신졔(신계)지역 및 235개 부속도서 99년간 조차
▲1941.12=일본, 홍콩 점령
▲1979.3.27=덩샤오핑(등소평), 머레이 멜클러호즈 홍콩총독과 홍콩주권 이양문제 첫 논의
▲1982.10=중·영 반환회담 시작
▲1984.12.19=홍콩반환에 관한 중국·영국정부 공동선언, 주권 이양시점을 97년 7월1일 0시로 정함
▲1990.4.4=중국 전인대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 통과, 현행 자본주의체제 50년간 불변원칙 확정
▲1992.10=홍콩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 홍콩 민주화개혁 착수
▲1993.7=중국, 홍콩반환 준비를 위한 예비위원회 설치
▲1996.1.2=예비위 대신할 홍콩특별행정구 주비위 발족
▲1996.3.31=홍콩정청, 홍콩인에게 영국여권 발급 마감
▲1996.12.11=초대 행정장관 둥젠화(동건화)선출
▲1996.12.21=임시 입법회 의원 60명 선출
▲1997.2.20=홍콩특별행정구 초대 내각 명단 발표
▲1997.3.14=중국 전인대, 홍콩기본권법의 3개 조항 등 인권법 규정 폐지·개정 결의
▲1997.6=중국군 선발대 홍콩주둔 완료
▲1997.6.30=홍콩 입법국·지방의회·주의회 기능 정지. 주권이양식 행사 시작(밤 11시30분)
▲1997.7.1=(0시) 마지막 영국주둔군 철수, 홍콩주둔 중국군 주력부대 국경통과, 임시 입법회 개원, 기본권법 개정 등 처리, 상오 9시 중국, 홍콩에 대한 주권회복 공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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