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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 이상 대형설비/철강업계 리베이트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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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 이상 대형설비/철강업계 리베이트 실태

입력
199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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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간 수의계약 관행/장부·실제금액 달리 약정/이면계약으로 차액 챙겨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설비도입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면서 철강설비 도입계약 체결시 리베이트와 비자금 조성방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설비도 여타 설비와 마찬가지로 공개입찰에 부치고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는 당연히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입찰에 부치는 것은 소형설비에 불과할뿐 500억원이상의 대형설비는 대부분 회사간 직접 계약형식을 취한다는 것.

특히 장치산업의 특성상 설비기준을 먼저 정하고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대형설비는 수의계약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비자금조성의 핵으로 꼽히고 있다.

K산업 고위관계자는 『에이전트(대리인)를 통한 계약은 리베이트가 통상 3∼5%』라며 『대규모의 계약은 대부분 당사자간 직접계약을 하지만 에이전트가 중개할 경우 리베이트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리베이트규모가 큼에 따라 국내서 활동중인 철강설비 에이전트들은 50여곳에 달한다. 이번 당진제철소 건설과정에도 40여명의 에이전트들이 몰려들어 계약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부금액과 실제 거래금액을 달리하는 이면계약을 체결하면 비자금규모는 추정하기도 어렵다.

한보의 경우 당진제철소의 설비구입업체를 우선 지정하고 이에 맞추어 공장설비도입 계획을 세우는 이면계약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주)심우대표 박태중씨가 깊숙히 관여, 통상적인 관례보다 많은 액수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코렉스설비의 경우 공급업체인 오스트리아의 푀스트 알피네사와 94년 9월 계약을 체결하고 95년 2월 정부로부터 코렉스 도입허가를 받아 상당한 액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대업체와 이면계약을 약정해놓고 이를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보측은 코렉스설비 구입가격을 8,598억원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거래가격은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열연·냉연설비를 에이전트인 크로바교역 등을 통해 독일 SMS사로부터 들여오면서 800억원정도 더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법을 통해 한보측은 당진제철소의 투입금액 총 5조7,000억원중 5조원이하만 사용, 7,000억원이상을 리베이트나 비자금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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