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도 못믿어” 금융권에 신용공황/대출·어음할인 기피한보와 삼미그룹 등 매머드급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부도업체가 급증하면서 금융권의 기존 신용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권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신용공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불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신용공황」으로 금융지원마저 크게 위축되자 부도도미노가 닥쳐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종금사 상호신용금고 등의 일부 금융기관들은 한국신용정보 등 전문신용평가기관의 기업평가결과를 무시하고 삼성 현대 등 특A급 5대 그룹을 제외한 중견기업까지 담보없이는 대출을 하지않고 있다.
금융권은 특히 강경식 재정경제원장관의 긴축정책 발표와 금융사고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중자금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 대출대상업체를 축소하고 장기대출을 억제, 단기대출만 하고있다.
삼화상호신용금고 김경길 사장은 『상호신용금고업계에서는 한보그룹과 삼미그룹 등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기업평가를 잘못한 한국신용정보를 평가를 거의 참고하지 않고 있으며 자체 평가로 대출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또 『한보사태전까지 BB등급 어음까지 할인을 해줬지만 이제는 삼성 현대 등 5대 그룹의 어음인 AA등급만 할인해주고 있으며 대출규모도 3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절반이상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D파이낸스의 대출담당자도 『지난해까지 대출적격업체수가 1,200여개였으나 한보이후에는 600여개로, 삼미부도이후에는 400여개로 줄였다』며 『이때문에 업무가 크게 줄어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S종금사 관계자도 『10대 그룹 가운데서도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 회사에 대해서는 제2금융권의 자금지원이 끊긴지 오래며 이같은 신용공황상태가 계속되면 운전자금부족으로 흑자부도 업체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H은행의 여신담당임원은 『삼미부도후 시중자금사정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 유동성 확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이에따라 장기대출은 당분간 줄이고 단기대출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은행의 전무는 『제2금융권이 부실 소문만 나돌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고 회수, 기업들이 은행권에 구제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워낙 부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다 한보사태이후 구제금융을 해주고 오해를 받을 염려도 있어 선뜻 대출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감독원의 강신경 부원장은 이와 관련, 『이러다가 멀쩡한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융통을 하지못해 도산하는 사례가 잇따를까 걱정』이라며 『은행들이 협조해 일시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렵지만 건실한 기업은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외환·국민·신한은행 등 8대 시중은행장은 24일 은행연합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은행들의 대출기피로 기업도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협조방안과 경영위기 대처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각 은행들의 이해가 엇갈리는데다 거래은행의 협의사실이 알려지면 제2금융권이 협의대상업체의 대출을 회수, 더욱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어 구체적인 대책강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유승호·조철환 기자>유승호·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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