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총선을 앞둔 존 메이저 영국 총리의 집권 보수당이 확산되는 부패스캔들로 자멸위기에 빠져들고 있다.영국 하원 윤리위는 20일 의원 뇌물수수 스캔들 관련 중간보고서에서 조사대상인 의원 25명 가운데 15명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의혹이 걷히지 않고 있는 인물중에는 닐 해밀턴 전 장관과 마이클 브라운 전 원내 총무, 거물의원 팀 스미스 등을 포함한 보수당측 인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는 이와함께 메이저 총리의 조기총선 실시 결정이 조사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실망감을 표시해 총선일자를 둘러싸고 음모설을 제기했던 노동당 등 야당측에 무게를 더해줬다.
다음날인 21일 가디언지가 터뜨린 폭로는 메이저에게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좌파성향인 이 신문은 메이저 총리가 2만5,000파운드(약 3,500만원)를 업자로부터 받았다는 한 장관의 고백을 듣고도 그를 유임시키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외에도 뇌물을 수수한 인물로 해밀턴을 포함한 5명의 보수당 의원을 직접 거론해 메이저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2년전 첫 언론 보도로 불거진 이 스캔들은 의원들이 런던 최대 해로드백화점 소유주인 이집트계 거부 모하메드 알 페드를 비롯한 업체, 로비스트들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에게 유리한 의정활동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당초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영국민들은 보수당, 노동당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경악하며 「정치불신」이 깊어졌다. 특히 21명이 연루된 집권당에 대한 배신감은 더했다.
메이저 총리는 이에 대해 『토니 블레어 노동당 당수도 노동조합으로부터 거액의 헌금을 받았다』며 맞불작전을 폈으나 이미 차이가 난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경제 실정에 이은 집권당의 부패와 도덕성 상실에 식상한 민심만 더욱 이반될 전망이다. 79년 「영국병 퇴치」의 기치를 내걸고 화려하게 등장한 「철나비 재상」 마거릿 대처 총리이래 18년을 장기 집권한 보수당 체제에 이제 황혼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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